[직썰 / 최소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정치적 불안정성은 해소됐지만 증시 반등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핵 가결 후 첫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62포인트(p,0.67%) 오른 2511.08로 출발해 개장 직후 2515.62까지 오르면서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내 하락 전환해 2488.97에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탄핵소추안 통과로 진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과 달리 이날 주간거래에서 전 거래일 대비 2.0원 오른 1435.0원에 마감하면서 여전히 1430원대에 머물렀다.
증권가는 주가 상승 재료가 뚜렷하지 않아 큰 반등을 단언하고 있다.
다만 이미 지난주에 계엄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데다 약해진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급등한 환율이 걸림돌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1.8%로 내려갔고,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4%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 대표적이다.
아직 헌법재판소 심리와 사법당국의 수사 등이 남아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내달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통상 환경이 악화한 것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돌려세우지 못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라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주간 주식시장을 압박했던 정치 불확실성은 완화될 전망”이라면서도 “안심하긴 이르다”라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주식시장은 긴 흐름에서 경제와 같은 방향을 보이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경제 전망이 악화됐고, 경제 흐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확산된 결과 시장금리도 하향세”라고 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서 발생했던 탄핵 심판 당시의 코스피 구간을 분석하며 결국은 ‘증시 펀더멘털’ 차이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코스피 지수는 탄핵 사태 보다는 수출 등 경제 상황에 따라 판가름 났다. 2004년(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수출과 이익 부진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있었던 2016년에는 호조를 보였다.
한 연구원은 “2004년 탄핵 심판 기간(3월 12일~5월 10일)에 코스피는 9.4% 하락, 2006년 탄핵 심판 기간(12월 9일~3월 10일)에 코스피는 3.5% 상승하는 등 상반된 모습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두 번의 탄핵 정국 사례를 대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으니 주중 예정된 12월 FOMC 이후 연준의 내년 통화정책 경로 변화,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들의 이익추정치 및 외국인 수급 변화 등 매크로와 실적 이벤트에 주안점을 두고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증권가는 오는 19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오는 18~19일 개최되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 결정 회의 등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국 경기 흐름과 통화정책이 국내 증시 반등세의 지속 여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물가와 노동지표,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12월 0.25%p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관심은 금리인하보다 향후 금리인하 속도 조절 여부다. 파월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을 제시할지가 달러화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BOJ 회의는 금리 동결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일본은행이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경우 엔화의 추가 약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16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주 주식시장은 정부·한은의 적극적 시장안정조치, 기관투자자 매수세 지속 등으로 그간의 낙폭을 대부분 되돌렸고 국고채 금리도 안정된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외환시장은 상황 초기에는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이후 점차 변동폭을 줄여나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정치 상황과 미국 신정부 출범 등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F4 회의’를 중심으로 금융·외환시장 24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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