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폭풍에 따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역대 6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앞둔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자진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한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제기한 '탄핵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거센 압박을 받아왔다.
당초 한 대표가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고 친한(친한동훈)계 일각에서도 사퇴를 만류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친윤계 김민전·김재원·인요한 최고위원에 이어 친한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전원이 사퇴하면서 강제 해체 수순을 밟았다.
측근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탄핵 가결 이후 전날까지 여러 인사들과 만나며 사퇴 결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한동훈이라는 방패막이 사라진 다음에 당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잘못된 사람들에 의해 쫓겨난 것이니 국민과 함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한 대표는 정계 입문 1년 만에 여당 대표 자리에서 두 번 내려오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그는 4·10 총선 참패 결과에 책임을 지고 이튿날인 11일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았으나 7월 전당대회에서 62.84% 득표율을 확보하며 중앙정치에 복귀했다.
당권을 잡은 뒤에는 과반 의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을 상대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소득 과세 2년 유예 등 정책적 성과를 남기며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친윤계 입김에 밀리는 구도가 반복적으로 조성되면서 지지 기반 마련에 실패하는 한계를 남기기도 했다.
두 번째 퇴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펼쳐질 내년 조기 대선 국면에서 한 대표는 강력한 여권 내 주자로 꼽힌다. 한 대표는 이날 회견 직후 마중 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며 복귀를 암시했다. 당 관계자는 "당대표의 삶이 끝난 거지, 정치인의 삶이 끝난 건 아니지 않으냐. 한 대표는 계속 정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 전원 사퇴에 따라 6번째 비대위 구성 절차에 착수했다. 한 대표 퇴장으로 당내 친한계 존재감이 크게 쪼그라든 만큼 5선 권영세 의원 등 친윤계 중진 의원들이 차기 수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현재 당대표 권한대행인 권 원내대표는 당헌 96조에 따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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