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들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페미니즘의 역할을 부정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여성혐오로 흥하려던 자가 여성혐오로 몰락했다"고 평가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윤석열을 가능하게 만든 억압과 차별의 사회구조를 없애겠다"며 더 큰 싸움을 예고했다.
서울여성회 등 102개 여성단체와 1560명의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윤석열 OUT 성차별 OUT 페미니스트들'은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이 이겼다"고 선언했다.
참가자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언제나 광장에 있었지만 이제야 다시 주목된 여성들이 광장을 가득 채운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인권과 성평등이 간절했기 때문"이라며 "탄핵 가결은 윤석열이라는 차별의 권력에 맞서 싸운 모든 이들과 페미니스트들의 승리"라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시 만들 세상이 탄핵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는 모든 차별과 억압이 사라진 성평등 민주주의이며,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윤석열뿐 아니라 성차별이 사라진 성평등 사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는 광장 이후의 성차별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강남역 시위와 촛불항쟁을 연 여성들의 거센 물결 이후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하던 대통령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 이후 쏟아지던 백래시도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이어 "아직도 대한민국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이며, 연일 쏟아지는 여성폭력 젠더폭력은 여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N번방과 딥페이크 성범죄에 국가는 제대로 된 해결은커녕 무대책으로 공범의 역할을 해왔다"며 "성차별 채용과 유리천장도 변하지 않았으며, 여성에게만 맡겨진 돌봄의 현실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가 철저하게 여성을 이용하고 버리는 모습도 기억한다. 필요할 때는 호명되던 여성과 페미니즘은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내쳐졌고, 드디어 지난 총선에서는 여성 공약과 성평등 공약이 부정되고, 2차 가해자들과 성희롱 발언 인사들이 줄줄이 기용되는 모습도 똑똑히 기억한다"며 "이 모든 문제를 제기하던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사상검증이라는 폭력이 가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가 다시 만들려는 세계는 탄핵에 머물 수 없다. 우리는 윤석열을 제대로 즉각 파면하고, 성차별 없는 성평등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새로운 성평등 사회를 만들까지 페미니스트들은 더욱더 외치고, 더욱더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국회에서 탄핵은 됐지만, 최종 결정은 아니"라며 "내란 동조세력인 국민의힘은 자들이 아직도 여당이라며 뻔뻔하게 굴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시민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려주어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했다.
이어 "더 큰 과제도 남아있다"며 "우리는 더 큰 꿈이 있다. 바로 윤석열을 가능하게 만든 억압과 차별의 사회구조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이 왜 광장에 모였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다"며 "답은 간단하다. 대통령이 엉망이면 그가 만든 대한민국이 엉망이 되고, 그 가장 큰 직격탄은 바로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이 겪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절대 이번 민주주의 광장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둘 수 없다"며 "우리는 모든 차별과 억압을 부수고 새로운 사회 대개혁을 만들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페미위키의 시카 활동가는 "여성혐오로 흥하려던 자가 여성혐오로 몰락했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 가결은 여성혐오 세력을 규합하여 표를 얻고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한 성차별주의자의 말로"라고 했다.
그는 "일상에서 평등과 민주주의를 실천해온 과정이 평등집회 안내로 상징이 돼 드러났다. 이것은 어느 날 갑자기 손에 쥐어진 성과가 아니라 지난 세월 긴 시간동안 페미니스트들이 일구어왔던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성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 것이 아니라, 여성들은 항상 역사를 견인하고 있다"며 "내란수괴, 성차별주의자를 끌어내리는 오늘 우리의 싸움도 차곡차곡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정영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대표는 "가결이 선포된 순간 광장에 울려퍼진 '(소녀시대의 노래)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현장에 함께 있던 저를 포함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이 승리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민주주의와 여성 대표성에 대해 주장할 때도, 딥페이크 문제를 해결하라,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을 향한 혐오을 멈추라 외칠 때도 우리는 '다시 만난 세계'와 함께 했다"며 "여성들에게 다시 만난 세계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의 투쟁가이자, 그 힘든 길을 함께 가는 동료 시민들을 격려하고 우리가 만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그리는 응원가"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제 더는 나중에는 없다. 나중에? 도대체 그때는 언제인가? 그 '나중에'가 윤석열을 만들고 이준석과 '내란의 힘'을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제 '나중에'와 싸울 것이다. 왜곡과 혐오를 부수고 일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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