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과 혈압 조절, 염증 완화에 이로운 효과가 입증되었던 간헐적 단식이 모발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간헐적 단식을 했다가 머리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과학전문저널 셀(Cell)은 중국 저장성 서호대학 빙 장 교수팀(X @bingzhang_lab)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간헐적 단식을 한 쥐는 24시간 음식 섭취가 가능한 쥐보다 신진대사 건강은 더 좋아졌지만, 털이 더 느리게 자랐다고 밝혔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수석 연구 저자이자 줄기세포 생물학자인 빙 장 교수는 “간헐적 단식은 많은 유익한 효과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을 겁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의도치 않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으로 혈액, 장, 근육 조직의 줄기세포 기능과 재생 능력을 개선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간헐적 단식이 피부와 모발 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연구자들은 털을 깎은 쥐에게 매일 8시간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사 일정을 따르게 하고 △16시간 동안 금식하게 하거나 △이틀에 한 번씩 먹이를 주는 실험을 했다.
두 가지 간헐적 단식 프로그램을 거친 쥐들은 96일 후에 털이 일부만 다시 자랐지만, 음식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던 쥐들은 30일 후에 털 대부분이 다시 자랐다.
연구팀은 단식이 활성화된 모낭 줄기세포(HFSC)를 선택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모발 재성장은 이러한 세포가 활성화되는 데 달려 있다.
간헐적 단식은 신체에 저장된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촉진한다. 연구팀은 공복 중 지방조직이 방출하는 유리지방산 농도가 증가하고 모낭 내 유해한 활성 산소가 축적되면서 HFSC 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심지어 세포 사멸까지 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발 성장 제품에 함유된 항산화제인 비타민 E를 하루에 두 번 쥐의 등 피부에 바르면 HFSC가 단식 후에도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다. 연구팀은 피부 줄기세포는 간헐적 단식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유해한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건강한 성인 남녀 49명에게도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일 동안 하루 18시간씩 단식한 사람들은 단식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모발 재생 속도가 18% 더 느렸다.
빙 장 교수는 “인간은 생쥐와 신진대사율과 모발 성장 패턴 등이 크게 달라 간헐적 단식의 영향도 다를 수 있다”면서 “쥐는 또한 인간보다 대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단식과 대사 전환은 쥐의 HFSC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향후 연구에서 연구진은 지역 병원과 협력해 간헐적 단식이 상처 치유와 다른 세포의 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빙 장 교수는 “단식이 피부 상처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단식 중에 HFSC의 생존을 돕고 모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대사물질을 식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전 연구에서도 전문가들은 간헐적 단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하루 8시간 미만으로 식사하는 시간을 제한한 사람들은 12~16시간 동안 식사한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출처 Cell, Chen, Liu, and Cui et al., ‘Intermittent Fasting-induced Lipolysis in Niche Adipocytes Drives Hair Follicle Stem Cell Apoptosis’
https://cell.com/cell/fulltext/S0092-8674(24)01311-4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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