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윤경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당대표를 사퇴했다.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146일 만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 정상적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하면서 당 지도부는 사실상 붕괴됐다.
한 대표는 12·3 비상계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사퇴의 트리거가 된 '탄핵 찬성' 결정에 후회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동시에 이같은 조치가 보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판하며 지지층도 겨냥했다.
한 대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란,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느냐"고 했다.
이어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도 많이 죄송하다"며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했다.
이후 잠시 침묵한 한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를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도 겨냥했다.
한 대표는 또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들과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사태 벌어졌을 수 있었다"며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위대한 이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그제(14일)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젊은 기자 한 분이 '당 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탄핵 찬성에 후회하느냐'고 물었다. 잠깐 동안 많은 생각들이, 제 인생의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 아프신 지지자분들을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 범죄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야권도 겨냥했다.
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국민께 감사드린다. 비판해 주신 국민께도 감사드립니다"며 "당원동지들과 우리 당직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한 대표는 이날 빨간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 넥타이는 법무부 장관 첫 출근, 비대위원장 취임, 당대표 출마 선언 때도 착용했던 것으로 조선 세종 때 훈민정음으로 쓴 용비어천가 일부 구절이 새겨져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건넨 한 대표는 약 5분간의 짧은 사퇴문을 읽으면서 4번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정책위의장실, 원내대표실, 당 대표실을 들러 직원들과 인사했으며, 국회 본관을 떠나기 직전 권성동 원내대표, 윤상현 의원과 악수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국회에는 한 대표 지지자들도 다수 모여 한 대표를 응원했다. 차를 타고 떠나던 한 대표는 지지자들 앞에서 차를 세운 뒤 "추운 날 많이 와주셔서 고맙다. 저는 괜찮다. 이 나라가 잘되게 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쓴 기자회견문도 지지자들에게 전달하며 "여러분이 저를 지키려고 나서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후 차를 타고 떠나던 한 대표는 2차례 더 차를 세운 뒤 다시 지지자들을 향해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 "저는 괜찮다"며 인사했다. 지지자들은 "힘내세요"라며 한 대표를 응원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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