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민감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한 대행 탄핵 소추를 검토하다가 국정 안정을 이유로 철회한 더불어민주당은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라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란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
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대통령실에 전달된 지난 14일 오후 7시 24분부터 대통령 직무대행을 수행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커졌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사례가 있는 만큼, 한 권한대행이 국회 통과 법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비상계엄 내란 관련 특검법(내란특검법) 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관건이다. 두 특검법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법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마친 뒤 정부로 이송할 예정이다. 정부로 두 특검법이 이송되면 국무회의를 거치게 되고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게 된다.
이재명 “한덕수,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
16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한 대행을 향해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권한대행 총리에겐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며 “내란 수사를 지연 또는 방해할 수 있는 어떤 자격도 없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이 선택받은 권력은 의회 권력”이라며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것이 (탄핵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여러 법률에 대한 것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했다.
김병주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실제 자기의 권한을 넘어가는 범위이기 때문에 탄핵이든 그런 것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대행도) 내란 행위와 관련해 국무회의에 참여해 사실은 탄핵을 받아야 마땅한데 나라가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아 보류를 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걸 잘 명심하고 처신 잘하셨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권한 대행은 현상을 변경한다든가 이런 걸 하지 말고 중립을 지키면서 현행 유지하는 차원에서 관리가 돼야지 더 이상 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 위기 상황을 잘 관리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란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탄핵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 권한대행에게) 어느 한쪽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는 말씀도 함께 드렸다”고 답했다.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는 취지다. 그는 “(한 권한대행이)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 의원도 “탄핵을 남발했다가 도리어 정국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다만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 등 직권을 넘어서거나 내란 사태에 가담한 추가 혐의가 나오면 얼마든지 탄핵할 수 있다”고 말했다.
盧탄핵 심판 때 고건 권한대행 ‘법률안 거부권’ 행사
지난 15일 한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면담에서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서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우 의장과 한 권한대행 접견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거부권 행사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거론됐지만, 세부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정부협의체가 구성되면 포괄적으로 논의될 주제”라고 말했다.
앞서 한 총리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두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본회의 현안질의에서 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기간 동안 권한대행이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고 전 총리는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거창 양민 학살사건의 보상에 대한 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각각 '국가 재정이 부담된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다만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반대'의 국민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두 야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밀어 붙였던 것인데 반해, 이번엔 탄핵 찬성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현재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회에서 네 번째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 사건,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계약, 인사개입, 공천 개입, 명태균 사건 등 김 여사와 관련한 15개 의혹을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서를 받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에서 각각 1명의 후보를 선정, 2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 대통령은 이들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되, 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임명할 수 있다.
특검은 임명된 뒤 20일간 준비 기간을 갖고 이후 90일 동안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간 내 못할 경우엔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 후 30일 연장이 가능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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