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대표직을 전격 사퇴하며,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한 대표의 사퇴는 지난 7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비상계엄 논란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들의 전원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된 상황에서 더 이상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국민과 당원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과 탄핵안 가결 사태를 언급하며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 탓이다.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탄핵 찬성 입장에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불러온 탄핵 찬성과 관련해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선포한 상황에서 이를 막아내는 것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밤 계엄 해제를 막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한 대표는 당내 일부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나 극단적 유튜버들이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하며, 보수의 건전한 재 정립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탄핵 찬성 입장이 당내 갈등을 불러온 점에 대해 “지지자들께 죄송하지만, 주권자 국민과 헌법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야당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기자회견 후 국회를 떠나던 한 대표는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을 만나 “저를 지키려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며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지도부를 향한 배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새 비대위원장은 권성동 권한대행이 임명할 예정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이 다섯 번째 비대위 체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동훈 대표의 사퇴는 당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도부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지도부 재구성과 당내 통합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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