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계엄 사태 여파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안의 연내 통과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연내 단통법이 폐지될 것으로 당초 점쳐졌던 가운데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단통법 폐지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가 예기치 못한 탄핵정국으로 들어서며 연내 폐지가 불투명해졌다. 국회 과방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이달 중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며 “빨라도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면 공시지원금 및 추가지원금 상한 규정이 사라지고 가입유형이나 요금제에 따른 차별 금지 등 단통법의 주요 조항이 폐지될 예정이었다. 다만 단말기 보조금 없이 월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와 이용자의 거주지역·나이 등에 따른 지원금 차별 금지 조항 등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옮겨져 유지된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가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단말기 가격과 데이터 요금제의 불합리성이 지적되며 통신 시장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한석현 실장은 높은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 방식 불합리를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가 요금제에서만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합리적 기준에 따르면 저가 요금제에서도 월 3만원대에 50GB 정도의 데이터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요금제와 데이터 단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단말기 가격 문제에 대해 한 실장은 “경쟁적 유통구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초기 출시 가격이 높더라도 다양한 프로모션과 유통 방식이 존재한다면 가격이 합리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시장은 왜곡된 구조 속에서 단말기 가격이 여전히 높다”라고 지적했다. 10년 전 도입된 단통법이 보조금 상한선만 규제하고 유통 구조 개선은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단통법은 원래 3년 일몰제로 설계됐지만 10년간 계속 유지되면서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며 “해외 선진국에서는 단말기나 데이터 요금 문제로 불만이 크게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시장 역시 단통법 폐지와 같은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동통신 생태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유통구조와 요금 체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통법을 단순히 폐지하는 것보다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장기적으로 통신 시장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또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크게 체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가입자 유치 경쟁이 사그라들었고 단말기 교체 주기가 늘어난 만큼 인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단말기 지원금보다는 월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는 선택약정할인제도 폐지와 함께 고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 산업 포화로 새로운 고객 유치로 인한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B2C에서는 수익 창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통신사들이 AI 기조로 전환하면서 AI 부서 인력 충원과 글로벌 사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가입자 증가는 이통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며 “단통법을 폐지하려면 선택약정할인제도도 함께 폐지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단통법 폐지만으로는 이전과 같은 수익 창출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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