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한화리츠가 장교동 한화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발행주식 수보다 많은 신주를 발행하며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자금 조달에서 발생한 대출 이자가 임대료 수익률보다 높은데다가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가치 희석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수단이 떠안은 대규모 실권주가 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료율보다 비싼 조달비용...이자비용도 늘어날 전망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지난 8월 장교동 한화빌딩을 매입했다. 매입자금은 8080억원으로 이전에 편입된 자산들과 매입가 기준으로 합산했을 때 자산 비중은 50.6%다. 기존 편입자산들을 전부 합한 값(49.4%)과 한화빌딩의 매입가(50.6%)가 비슷하다는 의미다.
매입자금과 기타 부대비용 조달 과정에서 한화리츠는 전자단기사채 4500억원을 발행하고 4216억원을 대출받았다. 전자단기사채는 발행금리를 기존 3.8%에서 3.7%로 낮추는 방식으로 차환한 뒤, 그중 일부인 3837억원을 유상증자로 들어온 자금으로 상환했다.
대출 구성은 4.65%의 고정금리로 2216억원, CD(양도성예금증서) 3개월물의 금리에 1.25%의 금리를 가산한 변동금리로 2000억원이다.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CD3개월물 금리는 3.3~3.5% 수준이다. 가산금리를 합하면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율은 4.55~4.75% 정도로 추정된다. 대출금의 상환 시점은 오는 2027년8월이다.
문제는 대출 이자가 한화빌딩의 연임대료율(연임대료/매매가)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한화빌딩은 한화그룹이 면적 기준 약 99.5% 임차하고 있다. 한화리츠가 지난달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한화빌딩을 임차하며 지급하는 월임대료는 내년 4월까지 22억6000만원이다.
12개월간 같은 월임대료를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임대료는 27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한화빌딩 매입가(8080억원)로 나누면 연임대료율은 3.36%다. 대출금리보다 1%p(포인트) 넘게 낮다. 물론 소액임차인의 임대료를 포함하면 전체 임대수익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임대 면적이 0.5% 미만임을 감안하면 그 비중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리츠가 올해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며 이자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한화빌딩 매입으로 이런 기대감은 사라졌다. 한화리츠는 앞선 6월 기존 차입금 3376억원 전액을 조기상환하고 신규로 3276억원을 차입하며 대출 이자율을 조정했다. CD91일물 금리와 가산금리로 구성돼 있던 변동금리 대출 중 일부를 4.87%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꿨다. 한국신용평가는 당시 보고서에서 “가산금리를 낮춰 리파이낸싱하면서 이자부담이 소폭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배당금의 원천이 되는 당기순익도 감소했다. 한화리츠는 지난 6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이번 빌딩 매입과정에서 늘어난 이자비용으로 당기순익이 전년 동기대비 12.6%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화리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자비용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며 당기순익이 감소했다"면서도 "유상증자로 전단채 상환이 이뤄지면서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화빌딩 매입에 따른 임대수익 증가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47% 늘었다”고 덧붙였다.
DPS 희석 우려에 추락한 주가...잠재 매도물량 부담도
다만 향후 한화리츠의 임대수익 증가에도 DPS(주당배당금) 희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DPS는 총배당금을 주식수로 나눠 계산한다. 한화리츠가 유상증자로 발행한 신주는 1억900만주다. 기존 발행 주식 수(7060만주)보다 많은 발행으로 발행 결정 당시부터 주주들은 DPS 희석 우려를 제시했다.
이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고자 한화리츠는 지난 10월 진행된 투자간담회에서 “유상증자 후에도 연간 270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 리츠들의 DPS(150원 내외) 대비 높은데다가 연간 시가배당률이 7%를 상회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DPS 270원은 지난해 한화리츠의 DPS 315원보다 14.3% 낮은 금액이다. 게다가 DPS가 그대로 유지된다하더라도 기존에 한화리츠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 입장에서 보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
한화리츠의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유상증자 공시 이후 줄곧 하락세다. 한화리츠는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빌딩 매입에서 발생한 단기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라고 지난 9월26일 공시했다. 당초 4000원대 초중반을 기록하던 주가는 공시 당일에만 6% 넘게 빠지며 4000원 밑으로 내려왔다.
주가가 빠지자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도 낮아지며 희석효과는 더 커졌다. 한화리츠는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최근 거래대금과 거래량을 가중산술평균한 주가로 산출했다. 유상증자 최초 예정발행가액은 4345원이었지만 주가가 계속 하락해 최종 발행가액은 기존 예정발행가액보다 20% 낮은 3520원으로 정해졌다.
희석효과가 커졌지만 한화리츠의 대표자인 한화자산운용은 당시 “저가 매수 기회”라며 유상증자 참여를 추천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한화리츠 주가는 여전히 유증 발행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상증자 최종 실권주도 2157만5120주나 발생해 향후 대량 매도 우려도 제기된다. 전체 유증분 대비 20%, 현재 발행주식 수 대비 12% 수준이다. 실권주는 현재 인수단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리츠는 이달 한국리츠협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최대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인수단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의사항은 전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리츠 측은 딜사이트경제TV에 “세미나에서 밝힌 입장에서 바뀐 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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