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 벌써 1달이 넘도록 황백에 나타나지 않는다. 진희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이틀 걸러 오던 애가… 무슨 일 있나? 아픈가?”
“…”
“곧 오겠지! 조금 기다려보자.”
정열은 황백에서 트는 노래가 모두 슬프게 들린다. 이때 문을 열고 창덕이가 들어온다. 정열과 제일 친한 친구가 서창덕과 신도현인데 창덕은 공부만 하는 친구라 황백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창덕아!”
“열아, 마침 있었구나. 다행이다.”
“웬일이야! 여길 다 오고?”
“너 재희 알지?”
정열은 갑자기 친구인 창덕이 입에서 재희 이름이 튀어나오길래 불안했다.
“사실은 재희가 내 사촌 동생이야.”
“아! 그래?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
“나도 조금 전에 알았어. 재희가 너와 사귄다는 걸.”
정열은 괜히 주눅이 들었다. 꼭 창덕이가 재희를 못 만나게 할 것 같았다. 이때 진희가 음료수를 가지고 오다가 이상한 분위기에 정열이 옆자리에 앉는다.
창덕은 목이 말라 진희가 건네준 음료수를 벌컥 마시더니 정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열아! 재희가 널 찾는다. 지금 많이 아파.”
“아니, 어디가 얼마나 아프길래? 지금 어디 있어?”
“메리놀 병원에.”
“병원에? 무슨 일인데? 빨리 이야기 좀 해봐!”
“백혈병인데 이제 가망이 없다네.”
정열과 진희는 너무 놀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재희가 너를 만나고 싶다는데 지금 가줄 수 있어?”
정열은 벌떡 일어나며 창덕을 일으켜 세웠다.
“가자! 빨리 일어서!”
택시를 타고 가는 순간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항상 얼굴이 창백했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힘들게 데리고 다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열은 일찍 재희가 아픈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자기 잘못이라 생각했다. 병실 앞에 선 정열은 도저히 재희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머뭇거리고 있는 정열을 창덕이 소매를 잡아끌어 안으로 들어섰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재희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진다.
“열아!”
정열은 한 달 사이에 몰라보게 수척해진 재희를 보고 눈물부터 쏟아져 나왔다. 재희는 옆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재희에게 다가가서 정열은 말없이 재희의 손을 잡았다. 가냘프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재희야, 니가 왜 여기에 있어? 연락도 안 해주고…”
“다 나아서 널 만나러 가려고 했지.”
“많이 아파?”
“아니! 너를 보니 다 나은 것 같은데. 신기하네. 하나도 안 아파.”
재희는 애써 정열이 앞에서 웃어 보인다. 지독한 통증으로 며칠을 울었던 재희 얼굴이 편안해졌다. 재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열을 불렀다.
“열아, 난 널 만나고 너무 행복했어. 내가 널 많이 좋아했던 거 알지?”
“내가 더 좋아했지. 난 너 없으면 못 살아. 그러니 어서 일어나, 알았어?”
재희는 마지막 힘을 내어 정열의 손을 꽉 잡고 힘없이 말한다.
“사랑해…”
정열을 잡은 손에 힘이 풀어지며 재희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황백카페의 뒷방에서 이틀을 꼼짝하지 않고 지내다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서는 정열이 안 들어오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다.
“어쩐 일이야, 생전 안 하던 외박을 다 하고! 다친 데는 없고? 얼굴이 많이 상했네. 이럴 어째…”
[팩션소설'블러핑'6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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