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 데스크의 딥팩트 3] 삼성 파운드리 ‘이재용 구속이 불러온 나비효과 그리고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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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 데스크의 딥팩트 3] 삼성 파운드리 ‘이재용 구속이 불러온 나비효과 그리고 김기남

CEONEWS 2024-12-15 17:42: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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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 CEONEWS 데스크/부사장
박수남 CEONEWS 데스크/부사장

 

[CEONEWS=박수남 기자] 1987년 TSMC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했다. 당시 메모리 시장이 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추산될 때,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2억 달러에서 5억 달러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는 가치 없는 시장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독자적인 반도체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과,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한 TSMC는 체급의 차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시장은 1995년 50억 달러, 2000년 120억 달러로 급성장했고, 2005년에는 200억 달러로 메모리에 견주어도 절대 적지 않은 시장이 되었다. 그때가 삼성 파운드리의 시작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2010년 파운드리시장은 메모리와 비슷한 규모가 되었고, 삼성은 2010년 32nm를 양산하며 세계 최초로 HKMG를 도입하였다. 2012부터 2017년까지 삼성 파운드리는 권오현 사장이 이끌었다.

권오현 사장에 대한 삼성반도체 직원들의 평가는 후하다. 초기에는 꽤 어려운 임원으로 통했다고 한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 집중했었는데, 점차 높은 직급에 올라가자, 경영에 한계를 느끼고 팀 단위로 자율성을 많이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하위 설계팀의 권한이 강했고, 덕분에 이 시기에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보여주는 등 큰 성장을 이루었다고 평가받는다. 따라서 당시 삼성의 조직문화는 꽤 자율적인 조직문화였다 그것은 결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5년 최초로 FinFET를 도입하였다. 후에 삼성전자의 14nm 공정 기술은 글로벌 파운드리로 라이센스 되기도 하였다. FinFET 공정은 TSMC가 3나노까지 사용한 방식으로 GAA 공정을 삼성이 최초로 도입한 것처럼 FinFET 또한 시작은 삼성이 먼저였다.

하지만 애플은 이때를 기점으로 모든 수주를 TSMC로 돌린다. 삼성과 TSMC의 본질적인 정체성의 차이 때문이다. TSMC의 모토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이고 삼성은 독자적인 반도체 개발 능력을 갖춘 잠재적 경쟁사이다.

특히 애플은 라인업의 출시 시기 정보를 삼성이 활용하여 갤럭시 출시 시점에 반영하였다고 주장했다. 물론 삼성이 애플로부터 생산한 마지막 칩이 탑재된 A9의 경우 TSMC와 동시 생산하였는데 생산공정의 수치는 삼성이 앞서 있었지만, 실 성능에서 열세였고 애플이 삼성의 공정능력에 실망해 TSMC와의 동맹을 선택했다고도 전해진다.

결국 애플이라는 1 틔어 팹리스가 TSMC 쪽으로 갔고, 이것은 향후 삼성 파운드리의 수율과 경쟁력 면에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보안 이슈가 문제였다면 삼성이 파운드리를 분리해 법인과 생산 기반을 독자화 했다면 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겠지만, 삼성의 경영방침과는 맞지 않으므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이탈은 삼성에 큰 타격을 준다. 세계로 팔려 가는 애플의 칩을 수주받는다는 것은 파운드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이폰은 연간 수억대가 팔리는 제품이다. 세대마다 최선단 공정에 대한 초대형 규모의 주문을 보장받는다.

이것은 수율 확보와 자금조달 측면에 있어 말 그대로 치트 키에 가깝다. 제조업과 규모의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또한 칩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설계 단계부터 파운드리의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TSMC나 삼성 파운드리에 물건을 맡기려면 초기 단계부터 협업해야 한다. 그리고 협업을 통해 얻게 된 노하우와 각종 IP는 다시 파운드리의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 어떤 고객을 두고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고객의 이탈은 파운드리 제조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삼성에는 애플 이외에도 중요한 팹리스가 있었지만, 애플의 이탈과 TSMC로의 이동은 곧 경쟁업체 TSMC의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

2017년 삼성 파운드리의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시기다. 10나노까지는 TSMC와 삼성의 기술력은 비슷하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7년 2월 이재용 회장이 구속되었다. 어쩌면 삼성 파운드리의 운명을 가른 시점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애플의 이탈과 첨예해지는 TSMC와의 경쟁 상황에서 삼성은 수장을 잃었다. 2017년 5월 삼성은 조직개편을 했고 파운드리 사업팀을 독자적인 사업부로 분리 및 승격시켰다.

그리고 2018년 삼성의 파운드리는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게 된다. 삼성 파운드리 역사의 변곡점이다. 김기남 부회장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는 재도약을 할 수도 있고,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기남 부회장은 고위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테일에 집착하는 경영을 하여, 하위 조직의 자율성이 많이 사라지고 의사결정이 매우 느려졌다고 한다. 전임자 권오현 시절에는 설계 자율성으로 속도감이 있었는데, 김기남 시대에는 보고에만 1달 가까이 매진해 의사결정을 받아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설계가 멈춰 있었다고 한다.

10nm 공정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시장 오판으로 TSMC 7nm에서부터 완전히 밀리게 된다. 시장과 고객의 의도를 간과한 점이 실책으로 꼽힌다. 2022년 상반기에 GAA 기반의 3나노 반도체 양산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하반기 양산이 목표인 TSMC를 앞서게 되었으나 수율 문제로 인해 대형 고객사를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점도 부정적 평가 요인을 더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구속과 김기남 부회장 체제는 삼성 파운드리의 운명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2017년도에 4나노 공정을 발표하였으나 양산은 2021년도에 이루어졌고 양산 시기는 TSMC에 추월당했다. 삼성전자가 7나노 이하 차세대 공정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싹쓸이하고 7나노 공정부터 EUV 노광장비를 활용해 칩을 생산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동안 TSMC는 EUV가 아니라 기존의 방식인 이머전(액침) ArF(불화아르곤) 광원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EUV 공정은 이론상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안정화에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2018년 하반기부터 삼성은 시가총액에서 TSMC에 뒤지게 된다. TSMC는 애플과 AMD로부터 7nm 제품의 모든 라인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 갤럭시 GOS 성능 조작 사건이 공론화되고 TSMC 공정에서 생산한 8+ Gen 1이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때를 기점으로 삼성 파운드리의 이미지는 하락하게 되고 퀄컴 수주의 대부분 역시 잃게 되었다.

삼성 파운드리는 좌초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선 삼성 파운드리의 위기를 불러왔던 이재용 회장은 이미 복귀했고, 이재용 회장의 구속과 더불어 삼성 파운드리에 위기를 불러왔던 경영진은 교체되었다.

그리고 교체된 경영진의 워딩은 정확히 삼성 파운드리의 문제를 짚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한진만 사장은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을 지적했다. 세계 최초로 HKMG를 도입했고, 2015년 최초로 FinFET를 도입했다. EUV 공정이나 GAA 역시 삼성이 먼저였다.

다만 항상 문제시되는 건 그러한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율의 확보를 위해서는 첨단 공정 시장을 TSMC로부터 빼앗아 와야 한다. TSMC의 독주 체제가 확고해질수록 최대의 피해자는 팹리스 기업들이다.

삼성의 3nm 웨이퍼 단가는 TSMC의 5nm보다도 더 낮고 7nm에 근접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팹리스들에 TSMC의 독주는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팹리스들에는 삼성의 기술력이 올라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TSMC의 단가 상승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삼성 파운드리의 성장이다. 더 낮은 단가에서 같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선택은 자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엑시노스의 최대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퀄컴은 삼성 파운드리에 꾸준히 스냅드래곤 발주를 넣다가 성능과 수율에 학을 떼고 8+ Gen 1부터 TSMC에 발주를 넣고 있지만 삼성 파운드리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 제일 먼저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삼성 파운드리의 발목을 잡아 왔던 수율도 주요 공정인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율을 70% 가까이 끌어올리며 적극적인 고객사 영업에 나섰다고 한다.

물론 지금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2나노 수율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4나노 수율의 개선은 삼성 파운드리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삼성 파운드리의 위기를 불러온 또 하나의 실책이라면 삼성의 조직문화를 들 수 있다. 김기남 부회장 시절 보고에만 한 달이라는 기간을 매진하여 의사결정을 받아야 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삼성 파운드리 한진만 사장은 보고에 대한 시간보다 엔지니어들이 실험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어쩌면 수율 개선보다 더 긍정적으로 삼성 파운드리를 바라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율 개선의 주체는 엔지니어들이다. 지난 경영진들은 엔지니어들에게 보고와 검증이라는 칼날을 들이대고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였다.

그것은 삼성 파운드리 엔지니어들의 엑소더스를 불러왔고 하이닉스는 의외의 수혜를 통해 삼성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직도 삼성에는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가득하다. 한진만 사장이 지금의 문제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그리고 이 문제 인식에 대해 이재용 회장이 공감한다면 삼성 파운드리는 변화할 것이다.

변화를 가로막는 변수는 오히려 삼성 내부에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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