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급성장한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을 대상으로 관리감독 강화에 나섰다.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이 장기간 경영권 인수 문제로 증권시장에 혼란을 주자 이제 인수합병(M&A) 과정도 금감원이 직접 관리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금융투자 업계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한 이후 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PEF 산업이 성장하면서 그 영향력도 확대됨에 따라 PEF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다”며 “비교적 단기 수익 창출이 목표인 PEF가 자칫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PEF 업계는 지적 대상을 MBK파트너스에 간접적으로 경고를 준 것으로 해석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간담회는 PEF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는 것이 주요 취지였다”면서 “최근 PEF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해 업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업계 의견을 묻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PEF의 M&A 방식이 단기적으로 적대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협력 관점의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며 “MBK는 고려아연 관련 논란에 대해 단기적이지도 적대적인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언급한 금산분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별다른 추가 내용이나 지침은 제시하지 않아 ‘맹탕 간담회’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이복현 원장은 MBK의 경영권 인수에 대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화두를 던져주는 사안”이라며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와 관련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을 한번 해봐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들을 화두로 삼아서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는 금산분리를 PEF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 관계자는 “PEF는 금산분리 대상이 아니다”면서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은행이 어떤 일반 기업 인수를 못하거나 반대로 삼성그룹 등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PEF의 본질은 기업을 지배하는 것이고, 회사 존재 이유"라며 "여기에 금산분리를 적용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산분리에 대한 시각 차이와 별개로 금감원은 PEF 점점 커지는 시장 지배력에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PEF 시장이 136조원대로까지 성장함과 동시에 증권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주가 하나의 테마주로 떠오를 만큼 주주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함 부원장은 간담회에서 “감독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타인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최근 일부 사모펀드의 경영권 분쟁 참여, 소액주주와 이해 상충 등 운용 행위 역시 시장 참여자 관심을 끌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PEF에 대한 당국의 시각에 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 관계자는 “한국은 IMF 사태 이후 국내 우량 기업의 외국 자본 인수로 인한 국부 유출을 반성하며 국내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토종자본을 육성하는 취지에서 PEF를 도입했다”면서 “이제 와서 PEF 기업 인수를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EF의 기업 경영권 지배를 왜 약탈적으로 보는지 모르겠다"면서 "기업을 인수해 경영진과 소통하며 투명하게 경영하고, 기업 가치를 올려 매각하는 것이 우리 일인데, 무엇을 약탈로 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