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영선 기자] 국내 증시 저평가에 따른 벨류업은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에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에 따라 '3000피' 기대감이 일었지만, 이에 따른 상법 개정안과 지원안이 지지부진해지며 뚜렷한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다. 이후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과 국내 기업 실적 우려가 중첩되면서, 하반기 하락세가 장기화됐다. 이에 <한스경제> 는 올해 국내 증시의 주요 이슈를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편집자> 한스경제>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주주보호를 위해 상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관련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최대 경제 과제 중 하나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물꼬가 열렸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며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까지 10조원 가량을 매수하며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의 주식을 매수했다. 대표적인 저PBR주로 평가 받던 금융주는 단기간에 급등하며 수혜를 봤으며 국내 증시를 견인하는 반도체주의 오름세두 두드러졌다. KRX은행과 KRX증권 지수는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각각 14.23%와15.34% 올랐으며 SK하이닉스는 9.69%가 상승했다.
하지만 관련 기대감은 이내 식고 말있다. 5월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발표 됐지만 세제 지원과 상법 개정에 관한 부분이 언급되지 않는가 하면,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저PBR주 위주보다 업종 대표성을 감안한 대형주가 대거 포진해 실망감을 주었다.
특히 상법 개정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대통령이 1월 밸류업 프로그램을 거론할 당시,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드러냈지만 거기까지였다. 금융당국도 하반기까지 상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고심하고 야당도 상법 개정 관련 법안을 내놓으며 상법 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당국이 "상법 개정안은 법적·기업 경영에 있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뒤,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재계 반발을 감안해 '핀셋' 조정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재계는 금융당국이 상법 개정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증가시킨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소액주주들은 자본시장법 수정으로 상법 개정을 대체한다는 당국의 소극적인 대처에 부정적인 시각을 제기했다. 결국 정부가 양측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세제지원 방안이 제대로 없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금융당국과 시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얻기 위해 ▲배당소득세 인하 혹은 분리과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ISA 제도 개편 ▲법인세 감면 등 기업 인센티브 ▲상속 세제 개편을 제시했다. 이 중 여야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제도는 금투세 폐지와 ISA 제도 개편이다.
금투세의 경우는 부자 감세를 이유로 야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왔지만, 올해 정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당론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변화가 생겼다. 타 항목에는 여야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추가 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탄핵정국으로 인한 변화를 예측해봤을 때 금투세와 가상자산과제 건에 대해서는 민주당 측이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금투세 폐지 및 과세 유예 쪽으로 당론을 확정, 국회에 안건을 상정한 상황으로 현재로서 불확실성이 낮다고 판단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사회의 책임 강화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금융당국과 여야의 설왕설래가 지속된 해였지만, 하반기 내수부진과 기업 실적 우려가 중첩되면서 국내 증시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11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연내 두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1년새 기준금리를 총 50bp 내렸다.
최근 한은이 통화 정책을 완화 기조로 전환했지만, 이는 경기 침체 추가 방어를 위한 긴급대책으로 증시에 긍정적인 동력이 되지는 못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2%로 하향했으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1.9%로 조정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라 내년 수출 불확실성이 가중돼 내년 수출 전망도 불확실하다는 것이 요인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5월부터 12월 11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81.88포인트(3.2%), 코스닥 지수는179.7포인트(21.0%) 급락했다. 비상계엄 영향을 감안해 지난 3일 종가와 비교해도 각각 24.29포인트(0.9%), 145.26포인트(17.3%) 감소했다. 특히 코스닥은 지수 견인 종목(포스코DX·엘앤에프·HLB 등)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서 힘을 더 잃은데다, 해당 기업들은 코스피 시장 이동 후에도 주가가 부진해 '코스피 이전=주식 상승' 이론도 무색해진 추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가 동력을 되찾기 위해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세제지원의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밸류업 프로그램'은 증시를 단기에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업들의 주도적인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십 년 넘게 밸류업 프로그램 준비를 해왔다. 극단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원인을 파악하고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 길었다"며 "한국도 분포상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다만 경영진이 주주 가치에 소홀하기 때문에 주가가 디스카운트 되는 측면이 많아, 주주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신뢰만 쌓이면 증시가 개선될 수 있다. 1~2년 정도 관련 정책과 사례가 더 쌓이면 디스카운트 해소 추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밸류업의 주축은 결국 기초체력과 거버넌스다. 정부가 기업들의 공시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나,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정부 기조에 따라 단순히 주주환원만 높이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주주 친화를 목적으로 한 공시 내용을 내놓았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심각성은 여야와 정부, 투자자 모두 체감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다. 향후 당국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이 탄핵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얼어붙었다. 특히 이번 탄핵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부가 적극 추진한 정책이지만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당국·여당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증시 상황을 점검했고,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여야와 정부가 힘을 합쳐 지금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12일 본지에 "탄핵 정국이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면서 "탄핵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이 번진 분위기가 나왔더라도 해당 영향에 따른 정책 추진 변동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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