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순대 개발하고 온오프라인서 판매…김남이 대표
"순대로 제주 알리는 미래 기대해 달라"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가 직접 만든 순대가 국빈 만찬에 오를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릴 생각입니다."
제주순대연구소 김남이(30) 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새로운 순대를 개발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직접 판매하는 청년 사업가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고향인 제주시 한림읍에서 순대 공장을 운영하던 부모님이 어려움을 겪자 힘을 보태기 위해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때 대중 앞에 섰던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지원 사업에 도전했다"며 "다행히 기기와 광고비 지원 등 30건이 넘는 사업에 선정돼 보탬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원 사업 신청을 위해 수십 번 넘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던 그는 기존 생산하던 순대만으로는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순대에 가치를 더해 경쟁력을 키울 방안에 대해 골몰했고, 전에 없던 새로운 순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순대는 속 재료를 달리해 다른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렇게 그는 지난해 제주순대연구소를 차려 본격적인 순대 개발에 돌입했고 1년간 수십번 넘는 시행착오를 거쳐 '부추고기순대'를 처음 선보였다.
그는 "제주도 순대 하면 찹쌀이 들어가 있는 찹쌀 순대를 떠올리기 쉬운데 그 틀을 깨기 위해 만들어 봤다"며 "얇고 쫄깃한 피 안에 궁합이 좋은 부추와 돼지고기를 넣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라고 자랑했다.
기름진 감칠맛이 일품인 막창순대도 6개월간 노력한 끝에 그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맛있는 순대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무엇보다도 신선한 재료를 꼽았다. 맛의 한 끗 차이는 돼지 부속물이 책임진다.
그는 "부모님께서는 '제일 좋은 재료로 순대를 만들어야 제일 맛있는 순대가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부모님의 철학을 이어받아 제주에서 재배된 농산물과 제주산 돼지고기를 사용해 맛을 높이고 있다. 돼지고기에서 극소량만 나오는 돼지 부속물은 순대 감칠맛을 높이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막창순대, 부추고기순대를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성시경 유튜브 채널 '먹을 텐데' 콘텐츠에 제주순대연구소의 막창순대를 납품받는 서울지역 한 식당이 소개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유튜브 영상에서 성시경씨가 제주순대연구소 막창순대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직접 개발한 순대를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선보이기 위해 제주도청 주변에 순댓국을 주메뉴로 하는 음식점도 차렸다.
개업한 지 1년여밖에 안 됐지만 벌써 입소문이 나 점심시간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는 팝업스토어나 박람회 등에도 적극 참여하며 제주 순대를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연결되는 시장' 행사에서는 111개 참가 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지난 1년간 제주순대연구소란 이름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얻은 매출만 3억5천만원이 넘는다.
그는 내년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연구소'란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매장을 차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매장 내 순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기기를 구비하고 '파리바게뜨'나 '삼진어묵'처럼 일부 제품을 매일 직접 만들어 선보이려고 한다"며 "또 돼지 내장과 머리 고기 등을 진공 저온 숙성해 잡내는 줄이고 저장기간을 길게 만드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청년사업가로서의 그의 꿈을 묻자 "부모님이 아닌 내 공장을 갖고 전국, 더 나아가 세계에 내가 만든 순대를 납품하고 싶다"며 "또 언젠가는 국빈 만찬에 직접 뽑은 순대 한 접시를 올리고 싶다. 순대를 통해 제주를 알리는 미래를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dragon.m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