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탄핵안 가결 환영…입시 진행 중 '의대 증원' 여전히 뇌관
"아무것도 해결 못 한 채 시간만 흐르는 게 가장 큰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의정갈등 향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탄핵안 가결은 의료계에서도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해결될 기미 없이 꼬여있던 의정갈등 해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탄핵 정국 속 입시는 '진행형'…"신입생 모집 중단" 요구 지속
의료계는 탄핵안 가결을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과 이로 인한 의료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미 최악을 치닫는 의정 관계는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여서다. 가뜩이나 경색된 의정 관계는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이 담기면서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다.
의료계는 탄핵당한 정권이 추진하던 의대 증원인 만큼 당장 무효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탄핵으로 정부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어떠한 결정이 나오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더욱이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장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것은 정부도, 대학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13일 수시 합격자 발표가 끝났고, 이달 말에는 정시 모집이 시작되는 등 신입생 모집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이미 전국 의대 39곳은 수시에서 3천118명을 선발해 통보했으며, 수시 합격자들은 당장 오는 16일부터 등록해야 한다.
수시 합격자 발표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정부 대신 각 대학 총장에게 정시 인원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의료계 내부 역시 현시점에서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도 있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15일 "이미 수시 합격자 수천 명이 통보된 상황에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 "대화 상대 사라져" 우려…탄핵으로 의정대화 '물꼬' 기대도
탄핵 정국 속 리더십 공백으로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상할 정부 측 상대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탄핵 정국 속 아무것도 결정하거나 논의하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최장 180일 동안의 심리에 착수하는데, 이 기간 의정 대화가 성사되는 것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정이 마주 앉더라도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일지, 내년 초 새롭게 선출되는 의협 지도부가 어떤 대정부 기조를 취할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의정 대화에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내년도 입시와 전공의 모집 절차가 마무리되면 현상 유지 상태로 내년 3월을 맞이할 수 있다.
의료계가 이번 탄핵안 가결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힌 만큼 오히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의료계에서도 현 사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하기에 탄핵안 가결이 대화로 이어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대화할 상대가 없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탄핵 이후 권한대행 체제가 확실해지면 의료계도 사태 해결을 위한 요구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의료계가 현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속도를 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더 이상의 피해를 일으키지 말고 잘못된 의료개혁 정책을 지금 멈추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의료 정책은 모두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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