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과가 잘 되었다 한다. 작년에는 그렇지 않아서 애를 먹기도 했는데 말이다. 좋은 일도 있구나, 모조리 전부 싸그리 망할 일만은 아니구나, 혼자 웃어본다. 올해의 마지막 할 일로는 지난여름 아산중학교 합창단이 ‘진달래꽃’을 부르는 장면(유튜브에 있다)을 볼 것, 이라고 적어놓는다.
Bill Conti ‘Gonna Fly Now’
Gonna fly now, flying high now. 새해에는 더 멀리 나아가길.
삶의 의미는 작지만 다양한 곳에 있다. 인간에게 유한한 시간을 어느 때보다 아쉬워하며, 세렝게티에서 잊을 수 없는 조식 만찬으로 한 해의 마지막 인사를.
끝은 시작. 받아들임이 바탕인 명리학을 취미로 공부하고 나서는 늘 스산하게만 느껴지던 한 해의 마지막이 다르게 다가온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계(四季)의 순환 속에서 나 역시 자연의 일부일 뿐. 이 계절엔 또 이 계절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
유독 이맘때는 지구 반대편에서 다른 날씨를 살고 있을 동료와 독자들 생각이 난다. 먼 인사처럼 기도를 보낸다. 국가와 대륙을 가로질러 우정이 그리로 가닿기를. 당신의 시침 근처에 머물기를.
마른 가지 구석구석에 돌을 쌓듯이 삶은 늘 새로운 과제를 준다. 파리의 낯선 거리를 헤매며 좋아하는 것을 잔뜩 찾은 2024년을 뒤로하고, 또다시 새로운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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