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하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고, 전 정부와 야당을 향한 부정적 인식도 그대로 유지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입장문을 내고 "오늘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2021년 6월 29일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다. 자영업자의 절망, 청년들의 좌절이 온 나라를 채우고 있었다"며 "대통령이 돼 현장의 국민을 만나보니 전 정부의 소주성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부동산 '영끌' 대출로 청년들과 서민들이 신음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선거에 불리할까 봐 지난 정부들이 하지 못했던 4대 개혁을 절박한 심정으로 추진해 왔다"며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추진하던 정책들이 발목을 잡혔을 때는 속이 타들어 가고 밤잠을 못 이뤘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국정 운영에 대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타이틀을 달고 세계를 누비며 성과를 거둘 때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꼈다"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우리 안보와 경제가 튼튼해지는 모습에 피곤도 잊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고되지만 행복했고,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그 여정을 잠시 멈추게 됐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 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저를 향한 질책, 격려와 성원을 모두 마음에 품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는 "이제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직무 정지와 함께 전환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해서는 공직 사회에 안정적 국정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지만, 흔들림 없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안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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