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남대문·광화문·여의도 일대·호텔·여행 "연말특수 살아나야"
정국 안정까지 불확실성 지속 우려…"경기침체에 엎친 데 덮친 격"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차민지 기자 = "이제는 좀 나아져야 할 텐데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일까 봐 겁도 나네요. 그래도 좀 나아지겠죠?"
14일 오후 5시께 스마트폰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투표 생방송을 보던 서울 중구의 한 일식당 주인은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같이 말했다.
10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그는 "우리는 코로나 때도 매출이 꾸준해서 살아남았는데 지난주부터 하루 매출이 100만원씩 줄었다"며 "연말이 코앞인데 이제부터라도 상황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주인도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계엄 사태 이후 손님들이 줄었다"며 "헌재(헌법재판소) 결과까지 (최대) 180일이라고 들었는데 좀 빨리빨리 진행해서 연말연시 분위기 좀 났으면 좋겠다. 사람들도 좀 기분이 좋아져야 소비할 생각이 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 속에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을 앞두고 최근 소비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 있는 식당들은 인근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 장사는 물론 저녁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여의도 국회 앞 한 한정식집 사장은 수정테이프로 지운 예약 내역서를 보여주며 "이게 전부 다 취소된 예약이다. 점심 저녁으로 모조리 취소"라고 한탄했다.
국회 주변 식당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말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작은 시위들이 곳곳에서 열리면서 직격탄을 맞았었다.
국회 인근 한 식당 주인은 "이 동네 근무하는 사람들은 발길이 확 줄었다"며 "계속 이러면 단골들이 다 떨어져 나갈 텐데 빨리 상황이 해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의 식당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구탕 골목의 한 식당 직원은 "예약 취소까지는 아니지만, 안 하던 시위도 생기고 시위 규모도 커지니까 영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인근의 한 고깃집 사장은 "그동안 예약한 분들이 전화해서 '가도 괜찮냐'고 물어봤었다"며 "대선을 해도 내년 상반기라는데 그때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적자일 텐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심리 위축은 외국인들이 찾는 남대문시장, 명동까지도 덮쳤다.
남대문시장에서 25년간 장사를 했다는 신발가게 사장은 "원래 일본 손님들이 아침 일찍부터 왔었는데 요즘은 덜 온다"며 "예전에도 탄핵은 겪었는데 그때는 경기라도 괜찮아서 버텼는데 지금은 경기도 안 좋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한숨 쉬었다.
좌판을 펴고 생활잡화를 파고 있던 한 상인은 "집에 있느니 나와서 장사를 하긴 하는데 이전보다 물건 사는 사람이 줄긴 줄었다"며 "나라가 빨리 안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확연히 줄어든 분위기였다.
한 액세서리 가게의 사장은 "이달 들어 매출이 절반으로 꺾였다"며 "연말 특수가 끝나기 전에 안정이 되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여행업계 역시 탄핵안 가결로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일단 주말 대규모 시위로 안전요원 추가 배치나 예약 고객의 취소를 무료로 취소해주던 호텔들은 탄핵안 가결로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로 인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며 "불안정한 시국이 하루속히 안정화돼 업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호텔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호텔 수요도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빨리 연말특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고 했다.
aeran@yna.co.kr,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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