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고령·국회 난입·체포 등…지시 주체와 목적 규명 우선
중대성 요건이 관건…파면이 기각보다 '압도적' 이익 커야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14일 국회 가결로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결정할 핵심 질문은 윤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이 '중대한 위헌·위법인가'이다.
구체적으로는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 포고령 1호 발령, 국회·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무장 군인 투입과 정치인 체포 시도 등이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이뤄졌는지, 그 과정과 결과가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지가 일차적 판단 내용이다.
위반 사실이 분명하다면 그 정도가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탄핵이 필요한지에 따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더 이상 공직에서 직무집행을 하도록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위법행위가 중대하다고 평가될 때 파면 결정이 내려진다.
◇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관건…박근혜 '맞다', 노무현은 '아니다'
헌법은 65조에서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소추안을 접수한 헌재가 어떤 경우에 탄핵을 결정할 수 있는지는 분명히 정하고 있지 않다.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는 헌법과 법률의 해석을 통해 확정된다.
헌법재판소법도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헌재가 파면 결정을 선고한다고만 할 뿐이다.
헌재는 앞서 탄핵심판이 이뤄졌던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서 '위헌·위법의 중대성'을 포함해 대통령 파면의 요건을 정립해왔다.
첫 번째 요건은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하는지다.
이는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어겼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 과정이나 이후 포고령 발표, 국회·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 투입 등의 위헌·위법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헌법·법률 위반 사실은 모두 인정됐다.
두 전 대통령의 희비는 헌재가 두번째 요건으로 든 '위헌·위법의 중대성'에서 엇갈렸다.
헌재는 대통령의 잘못이 중대해 그를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반대급부로 발생할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커야 한다고 봤다. 대통령의 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직을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는지도 고려 요소라고 봤다.
즉 탄핵 대상자의 법적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이 '법익 형량의 원칙'에 맞는지를 따져보게 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은 위헌·위법이 중대하지 않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했으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어겼고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 파면했다.
◇ 국회·선관위 난입에 정치인 체포 시도…주체·의도·진위 가려야
헌재는 변론을 통해 구체적 상황에서 벌어진 사실관계 확정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헌성이 지적된 포고령 1호를 누가 어떻게 작성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검찰 수사에서 자신이 초고를 작성하고 윤 대통령과 상의해 최종본을 완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방첩사령부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투입한 목적도 쟁점이다.
국회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소규모 병력만 투입했을 뿐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진입을 막거나 무력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다수의 입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한 군 투입은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을 이용해 서버를 탈취하려 시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주요 정치인과 야권 인사, 전·현직 법조인 등을 대상으로 체포 작전이 시도됐는지도 규명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이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에서 '계엄군이 그랬다면 포고령 때문에 체포하려 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한 차례 체포 지시를 부인했다가 취소했다.
이 같은 구체적 행위를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거나 최소한 사전에 보고받아 알았는지도 쟁점이다.
적극적으로 국회와 인터뷰 등에서 윤 대통령의 관여 의혹을 진술한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는 본인의 형사책임을 우려해 증언을 거부할 우려도 있다.
◇ "위헌·위법적 친위 쿠데타" vs "국가위기서 경고성 계엄·통치행위"
사실관계를 확정하면 헌재는 대통령의 구체적 헌법·법률 위반을 도출한 뒤 그 중대성을 따지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비상계엄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선포 요건에 맞지 않고, 포고령 1호에서 국회의 정치 활동을 제한한 것도 위헌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계엄사령관의 관할 바깥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 군인들을 난입시킨 것, 혐의점이 없는 정치인 등을 현행범 체포하려 시도한 것도 불법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몰린다.
국회 역시 이 같은 점을 주된 탄핵 사유로 열거하며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이므로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폭주에 맞서 불가피한 경고성 조치'이자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입장이다. 계엄선포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지난 12일 담화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며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과 국회의 주장을 고루 검토한 뒤 계엄 상황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얼마나 침해됐는지, 헌법기관의 존립과 국가의 안전을 얼마나 중대하게 위협했는지 따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을 윤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 통치 행위를 탄핵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도 필요하다.
헌재는 이후 모든 평가를 종합해 윤 대통령에게 헌법수호 질서가 없거나 지나치게 적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부여한 신임을 박탈할 필요가 있는지, 따라서 윤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임기를 지속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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