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때 5개월 컨트롤타워 멈춰…총리·경제부총리 비상계엄 결정 연루
트럼프발 악재 코 앞, 통상압박·고환율 대응 시급…기재부 비상 회의 계획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8년 만에 현직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던 거대한 불확실성은 걷혔다.
하지만 다음 정부 출범 때까지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보니 '퍼펙트 스톰'(다발적 악재에 따른 경제적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큰 과제는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다음 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몰아칠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 일이다.
국회는 14일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전원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04명, 반대 85명, 기권 3명, 무효 8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했다.
탄핵안 가결은 큰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금융 시장에서는 간절히 바라던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헌법재판소 심리와 결정을 거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까지 탄핵 정국이 지속하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탄핵안을 심판한다. 탄핵 인용 결정이 있으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국회의 탄핵안 가결 후 헌재 파면 결정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 선출까지는 2개월이 더 걸렸다.
8년 전처럼 진행한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에는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그 과정에 국론 분열로 인해 혼란스러워질 우려가 있다.
리더십 공백을 둘러싼 불안은 8년 전보다 더 큰 상황이란 점이 걱정거리다.
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한덕수 국무총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이미 입건된 피의자 신분으로, 특별수사단의 소환 통보까지 받았다.
권한 대행 2순위이자 비상 경제 사령탑을 맡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윤 대통령 면전에서 계엄을 명시적으로 반대했다고 국회 등에서 증언했지만, 참석자로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필이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중국엔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게 되면 한국 경제의 최후 보루인 수출에 막대한 악영향 미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때처럼 국정운영을 하다면 취임 직후부터 정책을 쏟아내며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결국 기민하게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무방비로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받아 내야 하는 형국이어서 '퍼펙트 스톰'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에서는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호황이었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 때와는 달리 현재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정치·사회 혼란이 길어진다면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이미 지난 4일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2.1%로 낮췄다.
기재부는 국회에서 탄핵 결정이 난 직후 최상목 부총리가 15일 장관급 회의 등을 잇달아 주재한다고 밝혔다. 경제 컨트롤 타워로서 '비상 대응' 의지를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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