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전 3기 건설' 재논의 가능성…체코 원전 수주에도 변수
반도체 업계, 국정 공백 속 "골든타임 놓칠라" 우려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아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됨에 따라 원전 산업 부흥, '대왕고래' 가스전 개발, 반도체 산업 지원 등 '윤석열표' 산업 정책 동력이 약화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 약화가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세계적 경쟁 격화 속에서 자칫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신규 원전 3기, 부지 선정 앞두고 '원점 재논의' 가능성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우선 신규 대형 원전 3기 건설을 포함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확정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2038년까지 최소 3기의 신규 대형 원전을 건설하고, 2035년부터 첫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가동하는 내용을 담은 11차 전기본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국회 보고 절차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이어 곧바로 새 원전 부지 선정 작업부터 착수하려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국정 동력이 약화하고 원전 건설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가게 돼 전기본이 국회 보고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은 11차 전기본안에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 확충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전면 재검토 주장을 폈다.
정부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공식 안건 보고가 의무지만 모든 논의가 멈춰 있다"며 "향후 논의 방향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서는 11차 전기본을 원점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통상중기벤처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원전 건설은 입지 선정 단계를 지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며 "새 전기본 마련 논의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은 내년 3월이 시한인 체코 원전 수출 계약 확정 여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체코 당국은 아직 한국과 계약 추진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정 불안이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의 전제 조건이 될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지식재산권 분쟁 타협안 도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조단위 로열티 혹은 일감을 주고, 향후 제3국 원전 수출도 공동 도모하는 내용의 합의안 도출이 막판 단계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만 야권이 '저가 수주' 우려를 제기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 결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타협안 확정이 부담스러워졌다는 평가가 있다.
◇ '예산 0'으로 시작하는 '대왕고래'…1차 시추 결과 분수령
윤 대통령이 '깜짝 발표'로 자신의 치적 사업화하려고 했다는 지적이 나온 '대왕고래' 가스전 개발 사업도 시작 단계부터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국내 정치 상황과 관계 없이 이달 중순부터 동해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를 투입해 동해 심해 가스전 첫 탐사시추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장 대왕고래 가스전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정부는 첫 시추에 1천억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고 약 500억원은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나머지 절반은 석유공사의 자체 재원으로 조달하게 하려던 계획이었다.
예산 삭감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전액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나올 1차 시추 결과가 향후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야권이 사실상 1인 기업인 액트지오사의 자문을 추진 근거로 삼는 등 대왕고래 사업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비판해온 상황에서 1차 시추에서 뚜렷한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추가 사업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전체 예산 규모로 봤을 때 정부 예산서 삭감된 500억원을 마련할 방법은 있다"면서도 "1차 시추에서 좋은 결과가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반도체특별법 논의도 일단 중단…업계 "하루빨리 지원책 나오길"
반도체 업계는 국회에서 추진되던 반도체 산업지원 정책 및 관련법 처리 논의가 중단돼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도체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특별법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통과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또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높이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연구·개발(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정부 지원책도 뒷전으로 밀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하루빨리 지원책을 해외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반도체특별법이 빨리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이 겹쳐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업계도 탄핵 정국이 정부의 산업 재편 지원책 발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부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정책 금융과 인수합병 인센티브 등을 포함한 석유화학 업계 지원 방안을 이르면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가 보류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정국 불확실성에 정부 대책 발표가 늦어지거나 추진 동력이 약해할까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석유화학은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정부 대책 발표와 실행이 늦어지면 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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