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11~12월은 연말·크리스마스 시즌 할인 행사 등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시기로 꼽힌다. 외국인들의 인바운드 여행도 급격히 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매출고를 높일 수 있는 황금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촛불집회 등 대규모 집회가 이어진다면 연말세일과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백화점, 마트, 홈쇼핑 업계에서는 현재로선 계엄사태로 인한 큰 변동사항은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행업계의 타격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미 세계 주요국이 한국에 대해 여행경보를 발령하거나 여행 중인 자국민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등 한국 여행을 경고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가까스로 회복한 인바운드 여행업계에 큰 악재가 드리워진 것이다.
여행가는 연말 대목에 줄취소가 잇따를까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다만 이미 취소를 했거나 앞으로 취소가 가능한 지에 관한 문의가 적잖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여행사 A는 "이달 말에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할 예정이던 학생 단체팀이 계획을 취소했다"며 "학생단체의 한국 여행은 거의 100% 취소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털어놨다.
B호텔 관계자는 "외국인의 취소와 안전 문의가 빗발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회사 내부에서 이를 단속하고 있다"며 "다만 그 속도와 여파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한국 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문기간이 비교적 긴 유럽·미국 등지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문의가 실제로 많이 들어왔다"며 "이에 관련 업계에 한국 관광이 안전하다는 점을 널리 전파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는 "발 빠른 대처가 시급한 만큼 매일 일일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해외기사·현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오해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잘못된 내용을 정정하며 한국 여행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2016년 12월 박근혜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하고,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하면서 유통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을 겪은 바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직전인 2016년 10월엔 102.0이었으나 이후 11월 95.8%까지 떨어졌다. 이후 ▲12월 94.1 ▲1월 93.3 ▲2월 94.4 등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로 낮아질 경우,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95를 웃도는 수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시 유통기업의 실적은 부진했다. 대대적인 겨울 정기세일을 열었던 백화점들도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정기세일을 열었던 롯데백화점은 전년 행사 대비 매출이 0.7% 줄었고 현대백화점은 1.2% 감소했다.
파장은 다음 해까지 이어졌다. 롯데쇼핑의 2017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조4,914억원로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2074억원으로 0.4% 감소했다. 특히 주요사업부인 백화점은 매출이 4.8% 빠지고, 마트는 5.1% 줄면서 역신장했다.
이마트의 경우 2017년 1분기 별도기준 총매출액은 3조5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이 1841억원으로 2.4% 줄었다.
홈쇼핑 업계 시름은 더욱 깊다. 정치적 이슈로 뉴스 시청이 증가하면서 TV홈쇼핑의 시청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11월 홈쇼핑 업종 전체 카드 승인 금액은 1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3%나 감소했다.
예외적으로 계엄령과 탄핵 특수를 경험한 업계도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오후 11~12시 사이 통조림, 봉지면, 생수, 즉석밥과 같은 생필품 매출이 전주 동요일 같은 시간 대비 최대 300%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씨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던 당시에도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은 100만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주말마다 특수를 누렸다. 겨울철 몸을 녹여줄 먹을거리, 핫팩, 집회에 필요한 양초, 종이컵, 건전지 등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다만 편의점 업계는 현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를 언급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계엄 선포 직후 매출 급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재기'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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