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내년부터 5급 공채에 선택과목이 빠지고 직렬별 필수과목만 반영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주로 배치되는 재경직 응시자는 경제학, 재정학, 행정법, 행정학 등 필수과목 4개만 시험을 본다. 기존에는 상법, 회계학, 경영학, 세법, 국제경제학, 통계학 등 선택과목 하나를 더해 5개 과목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인재 채용을 담당하는 인혁처에서는 공개채용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인재 채용의 풀을 넓히기 위한 취지로 선택과목을 폐지했다는 설명이다.
선택과목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선택과목 폐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이 심하고 과목에 따라 합격자가 바뀌는 현상이 있다는 것이 인혁처의 설명이다. 기재부 한 사무관은 "재경직 응시자는 대부분 선택과목으로 통계학을 고르고 나머지 일부가 국제경제학을 본다"며 "통계학은 문제 풀이 느낌이 강해 과거 수학시험처럼 깔끔하게 답을 낼 수 있어 응시자들이 많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선택과목 폐지로 공직자의 역량 평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다. 최근 로스쿨 진학자 증가 등 공직 입문의 매력이 과거보다 못한 데다 청년 인구 감소로 사무관 인재풀이 줄어드는 탓이다. 또 응시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있던 평가 과목이 사라지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필수과목의 난이도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온다.
현장에서도 선택과목 폐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기재부의 또 다른 사무관은 "통계를 공부했다면 연구용역 결과서를 보고 해석하는 깊이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그 정도 수준의 해석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며 "학문적인 느낌이 강한 과목은 폐지하는 대신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인혁처 관계자는 "수습 배치 전 교육 기간에 관련 교육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 역량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김재광 아이오와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근거 기반 행정을 위해서는 통계학을 필수로 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오히려 통계학을 선택과목에서 없앴으니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점수를 표준화를 시켜서 과목 간 점수 차이를 조절하는 방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계학과 국제경제에 대한 이해는 과거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시대변화에 맞게 시험 과목을 조정하거나 내용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중요도가 커지는 과목을 이렇게 폐지하면 안 된다. 면접전형에 통계 내용을 반영하는 등의 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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