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헬스케어 업계에도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술의 성장속도를 국내 규제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글로벌마켓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케어 분야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2032년 말까지 22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업체 MGI는 생성형 AI가 제약·의료 사업에서 연 600억~1100억 달러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생성형 AI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대규모 멀티모달 언어모델(LMM)은 의료 이미지, 시계열 데이터, 오디오 녹음, 텍스트, 비디오, 오믹스 데이터 등 데이터 소스를 동시 통합·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I 활성화에 따른 규제 검증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적용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면서도 생성형 AI에 내재된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복잡한 규제환경, 지적재산권 침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다고 토로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부정확한 진단·치료가 의사결정 책임소재의 문제나 의료 현장의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실제 세계 주요국들은 AI 진흥과 규제를 위한 법제화 논의를 이어가며 대조를 이룬다. 유럽연합(EU) AI 규제법, 미국 연방법 및 주(州) 입법, 중국의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행정조치 초안 등 각국의 여건을 고려한 규범체계 정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EU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 규제법으로 ‘AI 규제법’을 선보였다. 이 법은 AI 시스템의 개발, 시장 출시, 서비스 투입 및 사용을 위한 통일된 법적 틀을 마련해 내부 시장의 기능을 개선하고, 높은 수준의 건강보호를 보장하는 AI의 활용을 촉진한다는 목적에서 제정됐다.
미국도 ‘국가 2021년 AI 이니셔티브법’을 마련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연방정부의 ‘AI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법제 내 부처별 지침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백악관 중심의 범부처 규제 체계를 구축, 과학기술정책실 등 주요 부처를 중심으로 AI 전략과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 또한 미국·EU 등 주요국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AI 규제 움직임에 발맞춰 지난 5월 내각부 산하 ‘AI 전략회의’를 개최해 AI 규제 기본방침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률 규제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정기 국회 법안 제출, 2026년 전면 시행이라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국내 헬스케어 업계가 규제를 촉구하는 배경에는 생성형 AI 기술의 빠른 성장 속도가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온프레미스(on-premise) 소형언어모델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 생성형 AI 모델이 미국 의사 면허시험에 통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동시에 선결과제들도 남아 있어 시급한 규제 정비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경우 학습내용 중 비슷한 부분만 묶어 잘못된 정보를 주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 대량의 인터넷 데이터 포함에 따른 ‘IP 침해 가능성’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강재우 아이젠사이언스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적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전반적으로 활성화되는 추세에 AI 규제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담보돼야 하며, 국가가 엄격히 규제·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U의 발 빠른 AI 규제법 제정에 따라 미국 등 해외 주요국 또한 규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AI 규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규제가 상이하거나 부재해 서비스 개발에 애로가 발생할 수 있어 타깃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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