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에 지뢰밭 뚫고 2㎞ 진격"…북한역할 공식언급 개시
언론전략 변화…전문가 "북한군 내세워 전쟁격화 가능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300명을 살해하고 러시아 마을을 탈환했다는 소식을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이 일제히 전하고 나섰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마을인 크루스크주 플요호보 마을을 '허리케인'처럼 습격해 우크라이나 군인 300명 이상을 사살했다는 주장은 이날 '로마노프 라이트' 텔레그램에 처음 등장했다.
구독자가 14만1천명인 이 텔레그램은 스스로를 '전쟁 특파원'이라고 부르는 블로거 블라디미르 로마노프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로마노프는 북한 특수부대가 지난 6일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아 작전을 완수했다며 "그들(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잡지 않았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의원 출신의 친러시아 정치인인 올레그 차료프는 이 소식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별다른 설명 없이 밝혔고, 북한군이 경무기로 무장한 정찰부대였다고 주장했다.
전쟁 소식을 다루는 다른 텔레그램 채널들도 비슷한 소식을 전하면서 세부 내용을 추가했다.
구독자가 24만3천명인 채널 '알렉스 파커 리턴스'는 플요호보 점령의 모든 공을 북한군에 돌리면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수미에 '대담한 급습'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자칭 '전쟁 특파원'인 보엔코르 코테녹은 구독자가 40만명인 자신의 채널에 북한군이 "지뢰밭을 뚫고 2㎞를 진격해 신속하게 진지를 습격하고 우크라이나 점령 부대를 파괴했다"면서 일부 북한군이 죽고 다쳤다고 주장했다.
구독자가 88만8천명에 달하는 '콜로넬카사드'의 운영자 보리스 로진도 "북한군 동지들은 불의 세례를 받았다"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동지는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구독자가 120만명에 달하는 '투 메이저'는 북한군이 아닌 러시아군이 플요호보 공세를 주로 담당했고, 북한군은 결과적으로 약화한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 텔레그램은 "어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에게 반쯤 죽은 쥐로 사냥 연습을 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북한군이 개입한 것으로 언급된 플요호보 전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NK뉴스의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연계된 비정부기구가 제작한 지도에는 러시아군이 플요호보를 점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K뉴스는 전했다.
NK뉴스는 북한군의 전투 개입 주장은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가 아닌 관측소, 검문소, 경비업무 등 후방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기존 주장과는 모순된다고 짚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도 지난 9일 북한군이 쿠르스크에 있으나 전투에 참여한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푸틴 정권을 비판에서 보호하고 러시아의 전략을 미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때문에 북한군의 동향에 대한 이번 주장은 진위와는 별개로 북한군의 역할에 대한 푸틴 정권의 뚜렷한 지침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러시아 전문가인 크리스 먼데이 동서대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해 대체로 침묵을 지키던 친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이 일제히 나선 것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둘러싼 이야기를 바꿔보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의 공식 언론이 북한군의 러시아 주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는 군사블로거들의 보도를 긴밀히 조정하고 있다면서 "이런 이야기들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과 벌이는 벼랑 끝 전술의 또 다른 에피소드"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은 북한 카드를 활용해 (전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NK뉴스는 러시아가 북한군의 평판을 훼손하는 가짜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한 시점에 플요호보 보도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지방 정부 당국자가 북한군이 러시아 재향군인을 공격했다고 언급하는 모습을 담은 딥페이크(허위 영상물)이 유포됐고, 북한군이 러시아 여성을 강간했다는 소문도 온라이에서 확산한 적이 있다고 NK뉴스는 전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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