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범국민 집회에서 20대 남성의 참여율이 전체의 약 3.3%로 과거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대 여성의 경우 전체 참가자 20만 2228명(추산)의 약 17.7%를 차지해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으며, 이 수치는 과거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2016년 탄핵집회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10%대 초중반을 기록했던 이들 시점에 비해 그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BBC코리아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7일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오후 4시의 연령대별, 성별 집회 참가 인원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은 서여의도 지역이었으며, 평상시 상주 인구를 제외하기 위해 12월 7일 4시의 생활인구에서 일주일 전인 11월 30일 같은 시간대의 서여의도 상주인구를 빼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20대 남성 비중이 줄었다
7일 오후 4시 기준 여의도 집회의 20대 여성 참가자 수는 3만 5926명으로 전체의 약 17.7%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50대 남성이 약 3만50명으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20대 남성 참가자 수는 약 6730명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이번 분석 결과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참여자 구성 연구와 비교해봤다. 각각의 연구는 대규모 인원이 모였던 2008년 6월 6일과 2016년 11월 26일에 연구자들이 직접 표본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각각 1347명, 2058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했다. 양일의 경찰측-주최측 추산인원은 5.6만-20만, 33만-190만 명이다.
이에 대해 2016년 '탄핵 집회'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규모 집회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의 경우 "어느 시점, 어느 지역을 조사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유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20대 남여의 참여율이 일관되게 차이를 보이는 경향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한다.
2008년과 2016년의 20대 남성 참여율은 각각 약 13.7%와 약 12.3%였다. 반면 지난 7일 집회의 20대 남성 참여자 비율은 3.3%로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반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20대 여성의 참여율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에서 약간 줄어든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20대 남성의 집회 참여율의 연관성은 높지 않다. 실제 13일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18세부터 29세 사이의 응답자 중 무려 93%가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은 주간 조사에선 각 연령대 안에서 남여를 나눈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갤럽의 한 관계자는 "성별, 연령별로 나눌 경우 표본이 작아져 신뢰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지만, 이번 수치는 남여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보수화'라는 키워드로 설명 어려워
전문가들은 20대에서 남여의 참여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보수화'라는 단순한 키워드만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진욱 교수는 "2008년부터 20대 내에서 일관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경향이 "성별로 다른 세대 문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여학생들의 경우 SNS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히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이 비교적 잘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이돌 팬덤 문화를 그 예로 들었다.
"야광봉이나 방석 패딩 등으로 대변되는 콘서트 문화가 야간 옥외 집회의 문화적인 성격들과 굉장히 싱크로율이 높습니다."
반면 "남학생의 경우 일상적으로 형성돼있는 커뮤니티 문화가 적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10대, 20대 남성들의 경우 일상적인 삶 자체가 굉장히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집단적 행위로 쉽게 진입해 들어올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군대가 중요 변수?
"남성들은 20대 초반에 군대에 갔다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접속 단절이 발생해요."
연령, 성, 지역 등 다양한 변수에 따른 국내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을 연구해온 정치학자 서복경 더 가능연구소 대표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군대'라는 변수에 주목한다.
서 대표는 "201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치적 학습과 토론의 중심"이 되면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커뮤니티의 수가 많아질수록 집회 참여 같은 직접적인 정치 행위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어떤 정보를 접했다고 해서 바로 거리로 나가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해시태그를 붙인다든지, 기부를 하든지, 탄원서에 서명을 하든지, 낮은 수준의 집단 행동에 참여해 본 경험이 많을수록 거리로 나갈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서 대표는 그런데 "여성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커뮤니티 생활을 이어가며 23~24세 정도 되면 관계맺고 있는 커뮤니티의 수가 늘어나"는 반면 "20대 초반에 군대에 가는 남성들은 이런 점에서 2년여의 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또 서 대표는 "군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이후에도 사용 시간이 극히 제한되기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보 유통 환경이 크게 바뀐 속에서 20대 초반 남성들은 전반적으로 정보 소외자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인식 등이 30대 초중반 정도 되면 남녀가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20대 초중반의 경우 정보 접근성이나 사회 참여 경험의 축적 정도가 남여에서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론장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점점 이같은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또래 집단의 정보망이 활성화된 2010년대 이후 이런 경향이 심화되고 있어요."
중앙대 사회학과 서찬석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20대 남성과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정반대의 투표 성향을 드러냈던 것에 주목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20대 남성에서 58%, 여성에서 33.8%를 기록했다. 반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득표율은 20대 남성이 36.3%, 여성이 58.7%를 기록하며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20대 남성의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정도이지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않은 단계라고 봅니다."
서 교수는 "20대 여성들의 경우 윤대통령의 반페미니즘적, 권위주의적인 성향에 대체로 오랜 기간 반감을 유지해왔던 반면, 남성들은 이번 (계엄)사태로 돌아선 정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20대 남성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은 에브리타임 등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민주당 혹은 이 대표에 대한 반감도 하나의 중요한 변수일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한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서복경 대표는 "2010년대 이전엔 세대 안에서 성별을 나눠서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 좀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한다.
'10만 vs100만'... 매번 추산치가 다른 이유는?
한편 집회 규모에 대한 논란은 이번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7일 탄핵 집회 참여 인원 추정치는 경찰 추산 10만 명, 주최측 추산 100만 명으로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시 생활인구 자료를 통해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한 추산치는 약 20만 2200명이었다.
대규모 집회 때마다 경찰측 추산치와 주최측 추산치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이 둘이 전혀 다른 집계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경찰에서는 사람이 가장 많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당일 상황에 따라 한 평(3.3㎡)당 몇 명의 인원이 들어가는지를 정한 후 집회가 열렸던 전체 면적에 그 인원수를 곱해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단점은 한 시점만을 기준으로 했기에 그 시점 이전과 이후에 들어오거나 나간 사람들을 빠뜨릴 수 있어 실제보다 규모가 축소되어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주최측에서는 보통 집회에 잠깐이라도 참가한 인원을 모두 더하는 '연인원 집계방식'을 택한다. 집회 도중 들어오거나 빠진 사람과 현장에 잠시라도 머문 사람 등을 모두 더해 전체 참가자를 구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인근 지하철역 승하차 인원 통계, 통신기기 사용량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자료가 활용해 집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왔다갔다 한 참가자가 중복 계산되거나 주변에 있는 일반 시민까지 참가자로 집계할 수 있어 추산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집회 인원 추산 방법을 연구한 김학경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목적에 따라 집계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맞고 어느 한 쪽이 틀리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찰은 가장 많은 한 시점을 기준으로 안전이나 통제를 위한 인원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연인원을 측정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로 "주최측의 경우 참가인원이 집회의 성공 여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특정 시점만을 기준으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어 생활인구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등 새로 소개되고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며 목적에 따라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분석의 대상이 된 서울시의 생활인구데이터는 서울시가 KT의 기지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가공해서 공개하는 자료다.
이 데이터는 특정 시점에 서울시의 각 KT기지국에 잡힌 LTE 신호가 성별 연령별로 몇 건인지를 집계한 다음, 이를 보정하는 과정을 거쳐 특정 시점에 해당 지역에 생활중인 인구를 추산한다.
보정 과정에선 전체 인구 중 KT 가입자 비율, KT 가입자 중 LTE 가입자 비중 등을 이용해 역산하고, 10세 미만 저연령층과 80세 이상 고연령층은 LTE 가입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이들은 주변 연령층 주민등록인구 비율만큼 곱하여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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