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란죄'로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소추안 표결(14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을 지명하고 국무회의 안건을 재가하는 등 여전히 대통령 권한 행사를 지속하고 있다.
또, 12일 대국민담화에서는 '비상계엄은 합법적인 대통령 통치행위'라며 '내란죄' 혐의를 부정하면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대국민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면서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했다.
'내란죄 피의자'인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으로서 권한행사'를 더욱 확고히 선포한 것이다.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서 '임기 포함한 정국안정방안 우리당에 일임하겠다'는 2선후퇴 입장도 결국 거짓임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불법 비상계엄 이후에도 인사권, 국군통수권 등 '대통령 권한'은 결코 내려놓지 않았다. 이 입장에 따라 신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여전히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탄핵뿐만 아니라 긴급체포를 통해 모든 대통령 권한 행사를 즉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尹, 연일 인사권 행사.. "끝까지 싸우겠다"며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국방부장관 지명 시도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내란죄'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된데 이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 여인형 방첩사령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관련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피의자로 입건된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나흘 만인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8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11일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의 면직안을 재가하는 인사권을 행사했다.
다음날인 대국민담화를 했던 12일에는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오늘(13일)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률안 21건과 대통령령(시행령)안 21건을 재가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전날 통과시킨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는 국방부장관 임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선관위 등에 군을 투입한 전력이 있는 가운데 새로운 국방부장관을 통해 2차 계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에서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인 야당과 맞서겠다"며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하며 2차 계엄을 시사했다.
다만 현재까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된 인사들이 모두 고사하면서 지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으나 최 대사가 지난 5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3성 장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하려 했다. 이 역시 한 의원이 고사하며 무산됐다.
한동훈 "매우 부적절" vs 권성동 "엄연히 법적 대통령"
이러한 대통령 권한 행사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7일 담화 후 윤 대통령의 2선퇴진 발언을 그대로 믿었던 한 대표는 '한덕수-한동훈 공동국정운영'을 구상하기도 했지만, 위헌적이라는 비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한 대표는 한기호 의힘 의원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려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접한 후 주변에 "윤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불법 계엄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 않냐"며 "지금 시점에 군 통수권을 행사해 국방부 장관 인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직격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엄연히 법적으로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싣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국회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들 법은 11월 28일 본회의에서 거대 야당의 폭거로 일방 처리됐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공식 요청했으며 이 요청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 등 대통령 권한이 유효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 소추 결정이 나기 전에는 엄연히 법률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또,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재지명한 것에 대해 "안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사임하거나 탄핵 소추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라며 "지금 대통령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국방 장관을 빨리 임명해서 안보를 책임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尹 체포영장, 관저 압수수색 검토" 공수처 "상황되면 대통령 체포시도"
이처럼 윤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지속되자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탄핵은 물론 긴급체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날 윤 대통령의 담화 후 야권에선 당장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강제수사를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13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거나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그 부분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압수수색하는 방안과 윤 대통령에 대해 통신내역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방안, 경찰 출석을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공수처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 의지를 보였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즉시 윤 대통령을 체포하라며 의지 표명을 요구하자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윤 대통령을 즉시 체포할 의지가 있느냐'는 정 위원장 질의에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고 체포와 관련해서도 검토하겠다"며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尹 "비상계엄 사법 심사 대상 아닌 통치행위"
김용현측 "비상계엄은 대통령 권한, 정당한 계엄사무 수행...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하는게 '내란'"
한편, '내란죄'의 정점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를 통해 "2시간 짜리 내란이 있느냐"며 국회에 군을 투입한 것은 질서유지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도 말했다. 즉, 내란죄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도 13일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이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수사하고 재판하려는 시도 자체가 바로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한 통치권한으로, 김 전 장관은 정당한 계엄 사무를 수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요건이 충족됐는지 역시 대통령만이 판단할 수 있는 고유한 통치행위이므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유일한 헌법적 통제는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요구권 행사이고, 대통령은 헌법적 통제에 따라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통치 행위인 계엄 선포를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사법적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고, 국헌문란 행위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통치행위를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게 되면 결과적으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을 정치기관화하게 된다"며 "이는 사법부 독립원칙, 삼권분리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최근 이하상 변호사 등을 새로운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다수의 민·형사 사건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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