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기후변화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성평등 관점에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학술의 장이 열렸다.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원은 1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진리관에서 ‘기후변화와 젠더: 도전과 대응’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원은 1960년 설립 이후 젠더와 다문화를 주요 주제로 연구사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현대 사회의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정기학술대회는 두 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기후변화와 젠더 불평등에 대한 기원과 논의 등이 이뤄졌으며, 2부에는 기후변화와 젠더에 대한 도전과 대응방안으로 실천적 사례와 발전방향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세션 1부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윤선 연구위원은 ‘성인지적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탐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 연구위원은 “기후 난민이나 기후 재해로 인한 사망은 여성이 특히 취약하다”며 “여성은 가사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역할 분담 때문에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데 더 큰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탄 등 화력발전소의 폐쇄가 가져올 일자리 문제에서 여성, 비정규직 문제,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따른 일자리 전환과 여성 일자리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필요한 기후위기 대책은 산업·에너지 전환 중심의 탄소중립 외에도 다양한 측면이 어우러져야 한다” 며 “약자가 소외되는 현상과 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관련 정책을 ‘젠더 렌즈’로 들여다보고 성평등한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1부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인하대학교 영문학과 박혜영 교수는 ‘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기후위기와 젠더 불평등의 기원: 커먼즈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과학적인 관점에서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후라는 것 자체는 인간과의 상호관계성 속에서 우리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과학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행위 자체가 기후위기를 우회하는 행동”이라고 짚었다.
이어 “기후변화를 대할 때 자본주의식으로 우회하는 방식을 통해 논의가 진행되는 것,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 사회가 더 평등해질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더 불평등해지는 것, 이 두 가지 문제점의 공통된 원인은 우리가 커먼즈를 상실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커먼즈는 비산업사회에서 민중들이 누리던 다양한 공유권과 그 권리의 행사, 그리고 그 같은 권리를 갖고 있던 자유민을 지칭한다. 박 교수는 “커먼즈란 물질적인 공유자원뿐만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도 포함한다. 커먼즈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이뤄지고, 이것이 우리가 가진 모든 삶의 토대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부에서는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상임대표가 ‘에코페미니즘으로 본 여성들의 기후위기 대응 실천사례와 함의’를 발표 주제로 다뤘다.
이안 상임대표는 “당사자로서 기후 대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혹은 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겪는 파국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가고 전환할 것인가 고민하는 여성들은 국내외적으로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안 상임대표는 ▲미즈의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경제의 빙산 모델 ▲에코페미니스트 교차성에 대한 논의 ▲그레타 가드의 기후위기와 퀴어 이론 ▲페미니스트 기후정의의 차원과 원칙▲도시 기후 적응/완화 정책을 위한 젠더 모니터링 툴 사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사례 발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키워드가 상호의존성, 교차성, 돌봄의 정치학이다. 현장에서 운동하는 여성뿐만이 아니라 각종 국제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