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나와 갖고 있지 않아"…"재고 요청했지만 대통령 '무를 수 없다'며 발표"
"외교에 심각한 피해…한미동맹 굳건한 유지에 전념"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사항을 담은 종이 한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13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문'을 주제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당시 상황을 묻자 "(오후) 9시쯤 집무실로 들어가니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계획이라면서 종이 한 장을 줬다"며 "안에는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간략한 몇 가지 지시 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종이를) 놓고 나와서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서너줄 줄글이었고 (상황이) 충격적이어서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난다. 이런 상황이 있으면 있을 일반적 조치들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무회의 당시 먼저 도착한 국무위원 4∼5명이 10여분 정도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대면한 뒤 옆의 대접견실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이 있는 집무실을 오가며 다른 국무위원들을 용산으로 불러 모았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각자 다른 시간에 도착해 회의 열고 토론할 환경은 아니었고, 몇 분이 집무실에 들어가 반대 의견도 내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나와 (비상계엄을) 발표하러 간다고 해 '재고해달라'고 만류했지만 대통령은 '다 종료된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더이상 무를 수 없다'면서 발표하러 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 출국금지 등으로 외교권에 공백이 생겼는데 외교 비상사태라고 생각하나'라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질문에는 "심각한 데미지(피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사태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줬다는 조 의원 지적에 대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국제관계 신뢰회복에 전념할 것"이라면서 "법무헌정질서가 회복되면 빠른 시일내 정상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해법 아니냐는 물음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적 절차로 헌정 질서를 회복되고, 국정이 회복·안정되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계엄 선포 직후부터 계엄 해제까지 몇시간 동안은 제가 '외교장관직을 사임할 것인가'라는 개인적 신념과 외교장관으로서 해야 할 책무를 감당해야 할 사명감 사이에서 깊은 고뇌와 갈등을 거듭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골드버그 대사와 '무슨 내용으로 소통할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의 소통은 상대방(미국)을 오도할 수 있다고 봤다고 거듭 해명했다.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던 조 장관은 "외교적 파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70여년 간 쌓아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이니 재고해 달라는 말씀을 수차례 국무위원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간곡히 요청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혹자는 당시 그 자리(국무회의에서)에서 박차고 뛰어나온 국무위원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그 당시 박차고 뛰어나오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 가장 비굴한 선택이라 생각해서 끝까지 만류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남았다"고 강조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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