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한 화면서 문제풀이 확인 편리"…학생 "딱딱한 교과서보다 재미"
챗봇 기능 미흡…인터넷 사정 따라 접속 차질도
(고양=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미래의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경기 고양시 킨텍스 2전시장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학 AI교과서 수업이 시연됐다.
경기 안양시 성문고 2학년 학생들은 간이 교실에서 태블릿 PC와 서책을 책상 위에 함께 펼쳐놓고 함수 문제를 풀었다.
전병제 성문고 교사가 함수의 기본 정의를 묻는 퀴즈를 내자 학생들은 제각기 태블릿 PC에서 답을 풀어나갔다.
이후 전 교사는 "두 친구 답이 다르네? 같이 한 번 볼까"라고 말하고 스크린에 뜬 학생들의 답안을 비교하면서 정답을 설명했다.
그는 "원래는 학생들 퀴즈 문제 풀이가 맞는지 수십차례 확인해야 하는데 이제는 한 화면에서 바로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수업 시연에 참여한 윤효상(18) 군은 "교과서만 읽으면 딱딱한데 선생님의 설명을 (화면으로) 같이 볼 수 있으니까 평소보다 재밌었다"고 말했다.
옆 교실에서는 경일초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AI교과서 활용 수업이 이뤄졌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신호등 색깔이 바뀌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무슨 색깔로 바뀌었는지를 영어로 물었다.
학생들은 제각기 태블릿 PC에서 답안을 눌렀고 교사는 바로 정답과 오답 비율을 확인했다.
김현아 경일초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가 개별 학생 수준을 파악하고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어서 좋다"며 "그전에도 파워포인트를 사용했지만, 학생 수준에 따라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흡한 부분도 보였다.
이날 수업의 경우 현장 인터넷 사정으로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한 수업에서는 인터넷 접속을 하는 데만 5분가량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AI교과서의 특징 중 하나인 챗봇 기능도 아직은 초기 단계인 듯했다.
박람회에서 여러 교과서 업체의 AI교과서를 체험해보니 교사와 채팅은 텍스트로만 가능했고, 챗봇도 챗GPT 등 시중의 다른 상용화된 AI 챗봇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가령 중학교 수학 AI교과서 중 현과 활꼴을 설명하는 단원에 들어가 챗봇 기능을 켜고 '현이 뭐냐'고 질문하니 "수업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해달라"고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정확한 답을 받으려면 '부채꼴의 현이 무엇이냐'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하는데 아직 기본 지식이 없는 학생 입장에선 챗봇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어 보였다.
비속어 채팅은 차단됐지만 그 밖의 애매한 단어는 그대로 전송되기도 했다.
한 수학 AI교과서의 학생 간 모둠 채팅에서 '너 못생겼어', '나빠', '웃기다' 등을 쳐보니 전체 화면에 그대로 표출됐다.
박람회에 온 학생들은 AI교과서가 수학에서는 개인별 맞춤 문제를 제시하고, 영어에서는 직접 발음하고 수정해주는 점이 좋다고 평가했다.
샘플 교과서를 체험하고 온 성문고 2학년 이예지(18) 양은 "심화학습을 하면서 문제를 많이 풀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교과서는 내년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도입된다.
일각에서는 AI교과서가 문해력 하락, 디지털 과몰입, 개인정보 유출, 높은 구독료 등의 문제가 있다며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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