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임 및 구속으로 공석이 된 국방부 장관의 후보자를 지명하며 탄핵 전까지 국정 권한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여전히 국군 통수권자라면서 장관 지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1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국방부 장관 지명 시도에 대해 "다른 장관은 모르지만 국방부 장관은 국가 안보를 담당한다"며 "안보 수장을 오랫동안 공백으로 놔두는 것이 국가 안위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혼란한 틈을 타서 북한이 어떠한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며 "국방부 장관만은 빠른 시일 내에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방부 장관을 지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에 그는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소추(당)하지 않는 한 국군통수권자다. 이건 헌법상 원칙이니까 어느 누구도 부인하면 안된다"고 말해 윤 대통령이 아직은 직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대신할 국방부 장관을 빨리 임명해서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해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한계가 있음을 일정 부분 시인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5일 사의를 표명했고 8일 새벽 검찰에 스스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후 10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발부되면서 구속된 상태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5일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높아지고 여당 내에서도 탄핵 찬성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최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윤 대통령 측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을 지명하려 했으나, 한 의원 역시 현 상황을 이유로 고사한 상황이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와 관련 13일 기자들과 만난 국방부 관계자는 "(청문회 준비) TF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부처 내에서 김 전 장관 후임과 관련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에서 계엄군에 직업군인만 편성했고 의무복무병은 없다고 밝혔지만, 육군 측은 13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의 병력 투입에 대해 국회에 보고했다며, 여기에는 의무복무병사가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육군은 해당 병력이 국회 본청이나 내부 사무실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담화와 실제 투입 인원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 모른다"며 "수방사 인원까지 (대통령이) 사전에 인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수방사 병력이 일부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2일 수방사는 국회에 군사경찰단 75명이 계엄 상황에 투입됐는데 이 중 42명이 병사였다고 보고했다. 나머지 8명은 장교, 25명은 부사관이었다. 또 수방사 1경비단 투입 인원 136명 중 병사가 19명이었다고 보고했다. 수방사에서만 최소 61명의 병사가 계엄에 투입된 셈이다. 수방사는 이 중 국회 울타리 안으로 진입한 인원은 48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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