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에 대해 외신이 "근거 없는 음모론", "뻔뻔한 저항" 등 신랄한 평가를 쏟아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담화와 관련 "윤 대통령이 일주일 만에 탄핵을 피하고자 뉘우치고 사과하는 모습에서, 그물망이 좁혀오자 싸움을 다짐하며 뻔뻔스럽게 저항하는 모습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BBC는 "그(윤 대통령)의 연설은 횡설수설했고 북한이 지난 선거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모호한 암시를 포함해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가득했다"고 꼬집었다.
BBC는 담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윤 대통령은 14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집행이 정지되더라도 싸움 없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은 "법을 잘 아는 검사 출신인 그가 조용히 물러나는 것보다 탄핵 뒤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게 낫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으로 탄핵소추안 처리가 무산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선언한 뒤 한국에 생긴 "권력 공백" 관련, "외부의 모든 이들에겐 이 불안정하고 기이한 상황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했다"면서 "그러나 여당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탄핵이 불가피하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BBC는 "윤 대통령이 젊지만 잘 정립된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의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며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계엄령을 신속히 뒤집었을 때 결국 국가의 민주적 기관이 작동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여당이 대통령을 그 자리에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시스템의 취약성이 다시 노출됐다"고 짚었다.
BBC는 "한국의 국제 관계도 손상됐다"며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바라는 한 서방 외교관이 방송에 "우리는 한국이 안정적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 탄핵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12일 윤 대통령 담화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미라며 "검사 출신이고 법률 전문가인 윤 대통령이 복귀를 위해 법정에서 기회를 잡기로 결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로이터>는 한국 관광 산업이 정치적 위기 연장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한 여행사 관계자가 이전엔 만실이었던 서울 호텔 예약이 취소되고 있고 일부 호텔은 요금을 낮추고 특별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여행 및 숙박업계 소식통은 통신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부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했고 다른 관광객들도 상황이 변화에 따른 예약 철회 가능성을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관광 산업 및 소프트파워가 잠식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영국에 기반을 둔 컨설팅 업체 콘트롤리스크스의 앤드류 길홀름 중국·북아시아 국장은 "이 전례 없는 시기를 극복하고 분명한 새 선거로 향하는 분명한 길을 찾는다면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한국의 평판이 "향상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에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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