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내년 말까지 11% 올라 온스당 3000달러(약 43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주 금값 급등세에 제동이 걸렸으나 11일(현지시간) 공개한 노트에서 이렇게 자사 전망을 재확인했다.
올해 높은 실적을 올린 자산 가운데 하나인 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 최근 몇 달 동안 다른 경쟁 자산들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금은 일반적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때 타격받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미 달러 지수는 10월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현재 연초 대비로 약 6% 상승한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달러가 강세를 더 오래 유지하는 상황에서 금이 내년 말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정책=금값 상승의 첫째 요인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이다. 이는 금값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리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금리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방기금금리가 내년 1% 넘게 하락해 3.25~3.50%에 이르리라 보는 것이다.
금에서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금리 환경에서는 이자 수익이 있는 다른 자산들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하지만 차입비용이 하락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금리를 1.25%포인트 추가 인하하면서 내년 말까지 금값은 7%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방기금금리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게 온스당 3000달러 전망에 주요 하방 리스크"라며 "일례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만 추가 인하할 경우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금값은 내년 말 2890달러까지만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이전에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금리인하 이후 6개월 동안 점진적으로 상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 ETF 수요가 늘면 금 공급에 제약이 커져 금값은 상승하리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강달러=달러 강세는 여러 나라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금 매수 열풍을 더 부채질할 것이다.
2022년 이후 외국 기관들은 금 수요의 주요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이후 달러 보유의 대안을 찾으려는 경쟁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이후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자 금 매입이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기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여러 나라 중앙은행이 내년까지 다달이 금 30t을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는 러시아 제재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달러 강세로 일부 신흥시장은 달러 보유고를 유지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량 증대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상쇄할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같은 주요 구매국들의 경우 대규모 달러 보유고를 확보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보유 외환 다각화라는 전략적 목표 아래 자국 통화 약세 기간 중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금 수요는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과거 위안화 약세 시기에도 일어났던 일이다.
◇금과 달러 동반 상승=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내년 금과 달러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금은 일반적으로 달러가 상승할 때 약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이는 달러가 경제 강세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달러 강세는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국제 문제로 생긴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자사의 외환 전략가들이 내년 더 강하고 더 오래 지속할 달러 강세 전망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는 무역 관세나 한층 광범위한 지정학적 충격이 달러 강세를 유발할 경우 달러와 금 가치가 함께 상승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리스크가 증가하면 두 자산 모두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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