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남학생 A군(13)은 초등학교 시절 또래들 사이에서 큰 키로 주목받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그의 키는 이미 162cm였고, 부모님은 “180cm는 문제없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한 뒤 그의 키 성장 속도는 급격히 둔화되었다. 겨울방학을 앞둔 현재, 그의 키는 165cm. 지난 1년 동안 고작 3cm밖에 자라지 않았다.
부모님은 걱정 끝에 성장클리닉을 찾았고,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A군의 성장판이 이미 닫혔다는 것이다. 의사는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급성장을 경험한 A군이 또래보다 일찍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성장판 폐쇄가 빨리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성장판이 닫히면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A군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더 일찍 검진을 받았다면…” A군의 부모님은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청소년들의 사춘기,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3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춘기와 성장 패턴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춘기 시작 연령은 과거보다 빠르게 앞당겨지고 있다고 한다. 여아는 평균 8.57세에 사춘기가 시작되며, 10.99세에 최대 성장 속도를 경험하고, 남아는 평균 10.17세에 사춘기가 시작되고, 12.46세에 성장의 절정기에 도달한다.
빨라진 사춘기 만큼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도 빨라졌다. 여아는 초등학교 6학년, 남아는 중학교 1~2학년 사이에 성장판디 닫히며, 키 성장이 종료된다. 특히 이 연구는 빨라진 사춘기가 최종 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춘기가 빨라질수록 성장 기간이 짧아지고, 성장판 폐쇄 시점도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 사춘기가 빨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하이키한의원 박승찬 대표원장은 “최근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 늦은 수면,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같은 생활 방식이 사춘기를 앞당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춘기가 빨라지는 원인으로는 첫째, 운동 부족과 소아비만이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서 비만이 되는 청소년이 많다.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 호르몬은 사춘기 시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 아동은 비만하지 않은 아동보다 사춘기 시작 시점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장판 폐쇄를 앞당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둘째 환경호르몬 노출이다. 플라스틱 용기, 가공식품, 화학 물질에 포함된 환경 호르몬은 성장호르몬과 생식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려 조기 사춘기를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늦은 취침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활발히 분비되는 시간인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키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사춘기를 늦추고 키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박승찬 대표원장은 “조기 사춘기를 예방하고 성장판 폐쇄를 늦추려면 정기 검진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들의 성장판 상태와 사춘기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아는 초등학교 3학년, 남아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정기적으로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정기 검진을 통해 성장판 상태를 점검하고, 사춘기 진행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정기 검진과 함께 사춘기가 빨라지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원장은 생활습관만 잘 갖춰도 사춘기 발달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 생활 습관 관리
- 운동: 줄넘기, 농구, 자전거 타기 등 성장판을 자극할 수 있는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실천한다.
- 수면: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
- 영양: 칼슘, 비타민 D,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햇빛 노출로 비타민 D를 보충한다.
◇ 겨울방학, 아이들의 성장판을 지킬 골든타임
A군의 사례는 정기 검진과 체계적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겨울방학은 아이들의 성장 상태를 점검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성장판은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는다. 이번 겨울, 우리 아이들의 키 성장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 원장은 “작은 실천이 아이들의 최종 키를 바꿀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기 검진을 시작하고 체계적인 성장 관리를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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