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선포와 1차 탄핵소추안 불성립(7일)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하야 대신 탄핵, 경찰 수사를 선택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입지가 대폭 쪼그라들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정치 초년생인 한 대표 주변의 경우 중량감을 갖춘 다선 의원이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표 대결은 물론, 당 현안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12일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 등의 경우 윤리위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제명·탈당 권유 등 징계를 할 수 있다.
이에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닌 밤중에 윤리위라니, 한동훈 대표의 윤리위 소집은 심야 친위 쿠데타”라며 “당을 개인 소유물로 여기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어 “한 대표의 지시로 한밤중에 대통령 출당, 제명을 위한 윤리위원회가 개최된다고 한다”며 “당원들과 국회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건너뛰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윤 의원은 또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을 어떻게 우리 스스로 출당, 제명할 수 있나”라며 “한 대표는 무슨 권한으로 대통령의 출당과 제명을 추진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말하는 당이 한 대표 자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의원총회, 당 최고위,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친윤(친윤석열) 또는 당 중진들로부터 거센 비판 또는 조롱 섞인 비판까지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다.
그는 하루에 한 번꼴로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 대표를 ‘애’ 또는 ‘애송이’, ‘한 줌도 안 되는 굴러온 용병’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에도 “이재명 왈(曰)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하루라도 더 인정할 수 없다. 윤석열 왈 그럼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모시자는 건가, 한동훈 왈 윤석열을 탄핵해 쫓아내고 민주당 2중대로 가자, 국민이 말하길 셋 다 적대적 공생 관계가 아닌가,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시중 여론”이라고 비꼬았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와 막장 폭로전을 벌였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이날 “나라가 혼란스럽다”며 “대통령 담화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차분히 그 의미를 곱씹어보자. 이제는 냉정해지자”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함부로 내란죄 자백 운운하는 한동훈 대표의 언행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때는 우리 모두 더 무거워지자. 신중해지자”라며 “새로운 원내지도부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국정안정, 민생 안정을 위해 뜻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당 대표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지금 ‘오합지졸’”이라며 “이러다가 한 대표가 사퇴하거나, 최고위원회 와해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과거 ‘차떼기 정당’ 시절보다 훨씬 혹독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