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이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의 연임 도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4선을 노리는 정몽규 회장은 일단 연임 도전의 첫 관문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나란히 통과했다. 이들은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만 해도 둘의 연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이기흥 회장은 각종 비위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당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지난달 이기흥 회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된 상황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몽규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문체부는 정몽규 회장에게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기류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체육회와 축구협회를 압박하던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한 게 시발점이 됐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인촌 장관을 내란 부역자 두둔 세력으로 보고 사퇴를 요구했다. 임오경 의원은 유인촌 장관을 향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은 그만하고 조금이라도 덜 추하게 즉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인촌 장관이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고, 탄핵 정국 수습에 매진하고 있는 건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에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체육회장 선거는 2025년 1월 14일, 축구협회장 선거는 이에 앞서 같은 달 8일에 한다. 체육회장 선거는 강태선 전 서울시체육회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이어 이기흥 회장까지 총 8명이 나설 예정이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정몽규 회장, 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反) 이기흥과 반 정몽규가 대세였던 애초 흐름이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꽤 타격을 입은 가운데 각 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기존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각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한국 체육이 또다시 장기간 그늘 아래로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체육회장 선거에서 강태선, 유승민, 축구협회장 선거에서는 허정무, 신문선 등 주요 후보들이 후보 단일화에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이들의 향후 행보가 선거 당락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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