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영업점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특화점포를 개설하거나, 영업점 운영 시간을 늘리며 고객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도 대면 고객센터를 개선하며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대면거래를 원하는 고액 자산가 고객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면 접점을 늘려 고객 충성도를 제고하거나 충성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심산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금융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거래 고객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폐쇄한 점포수만 823개에 달한다.
금융권 안팎에서 금융접근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대면거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영업점을 통한 여·수신 비중은 약 45%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지털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 소비자에 대한 금융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금융 취약계층과 대면 거래 비중이 높은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특화점포를 개설하거나, 일반 직장인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점포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고객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하나은행은 폐쇄점포를 활용한 신개념 점포인 '하나 톡톡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폐쇄된 점포인 경기도 안산시 소재 ‘상록수지점’을 리모델링해 은행 업무는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까지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중∙장년층 고객의 업무 편의성 향상과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니어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는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로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비(非)수도권 지역 시니어 고객을 위해 '어르신을 위한 움직이는 하나은행'도 시행했다.
우리은행은 점포 폐쇄지역에 고령층 특화 영업점인 '시니어플러스영업점'과 디지털데스크·키오스크·ATM 등, 디지털 기기로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EXPRESS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초고액자산가에 대한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곡동과 압구정동에 ‘투체어스W’를 오픈했다. ‘투체어스W’는 우리은행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을 지칭하는 브랜드다. 영업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마스터급 PB지점장을 고객 접점에 전진 배치해 1:1로 마주 앉아 원스톱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내에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의 어르신 복지관과 협력해 찾아가는 은행인 ‘KB 시니어 라운지’를 오픈했다. 신한은행은 고령층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에 '시니어 디지털 특화점포'와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 등을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역기반 자산관리 전문점포로 거듭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WM특화점포인 'NH All100종합자산관리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금융센터를 마지막으로 올해에만 총 20개소가 추가돼 총 69개소의 WM특화점포가 운영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는 고객 접근성은 높이고, 소통을 더 투명하게 하기 위해 대면 고객센터인 ‘토스뱅크 라운지’를 고객 접점이 높은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면센터는 고객들과 유일한 오프라인 대면 창구다. 기기 이상으로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나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용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저녁 8시까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이브닝플러스’ 채널을 기존 9개에서 20개로 확대했다. 은행 창구의 주요 업무들을 오후 8시까지 처리할 수 있는 채널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의 ‘이브닝플러스’가 유일하다.
이와 함께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화상상담을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특화채널 ‘토요일플러스’도 1개점을 추가해 3개점으로 확대해 평일 은행업무에 제약이 많은 고객들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더 많은 고객이 영업시간 이후에도 편리하게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이브닝플러스’, ‘토요일플러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대면 채널 혁신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개인종합창구 전 직원이 근무하는 ‘점심시간 집중 상담’ 지점을 5곳에서 41곳으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대표적인 대면 채널 혁신 사례로 꼽히는 ‘여섯시 은행 (9To6 Bank)’도 기존 72곳에서 82개로 확대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점포(지점+출장소)수는 총 2792개다. 지난해 3분기(2824개)와 비교해 32개 줄어든 수치다.
다만 올해 점포수 감소세는 둔화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점포수는 지난해 말 2826개에서 올해 1분기에는 2813개로 줄었으나, 2분기에는 2817개로 반등하기도 했다. 2분기에 신설된 점포는 5개이며, 3분기에도 새롭게 문을 연 점포는 8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 문화가 생활화되면서 영업점이 감소하고 있지만,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거나, 비대면 금융거래에 100% 충족하지 못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면서, "은행권은 대면 거래를 원하는 고령층, 고액자산가,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특화점포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려 고객 충성도를 제고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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