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70세에 도달한 뒤 처음으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이사의 최종 임기를 제한했던 규정을 손봤다. 개정된 내규에 따라 하나금융 이사는 재임 중 70세가 되더라도 선임 시 부여받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내규 개정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3년 추가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함 회장은 1956년 11월생으로 현재 68세다. 기존 하나금융 내규에 따르면 함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70세가 된 이후 첫 정기주총이 열리는 2027년 3월까지 2년 임기만 받을 수 있었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도 4연임에 성공했을 때 ‘70세 룰’에 걸려 1년 임기만 소화했다.
그러나 새로운 내규를 적용받으면 함 회장 연임 시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내규 개정이 함 회장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 회장직 경영승계 절차를 목전에 두고 이뤄진 것도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주요 금융그룹 중 KB금융과 우리금융은 회장 선임 시점에만 연령 제한(70세)을 뒀다. 신한금융은 회장 재임 중 70세가 되면 이듬해 정기주총 때 퇴임해야 한다.
금융그룹 회장직 경영승계를 앞두고 ‘정년 논쟁’이 벌어지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달 결정된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3연임을 두고도 잡음이 발생했다. JB금융도 작년 말 내규를 개정해 회장이 재임 중에 70세를 맞더라도 기존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는데, JB금융그룹 계열사인 광주은행 노동조합은 이를 두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작년에는 김태오 전 DGB금융그룹 회장이 정년 논란에 휩싸였다. DGB금융은 67세를 넘으면 회장에 선임될 수 없는데, 임기 만료일 기준 69세인 그가 내규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경영승계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을 짚으면서 “연령 제한을 변경하는 것은 경기 도중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년 논쟁이 반복되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합리적인 경영승계를 계속 강조해왔다”며 “선진적인 지배구조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내규 변경이 경영 승계 절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필요하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내규 개정이 함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연령 제한 때문에 주총에서 부여한 이사의 정상적인 임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개정했다”며 “이를 통해 연속성·안정성을 도모하고 사외이사 등 후보군도 폭넓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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