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업종에 대한 내년 전망을 조사한 결과 각 산업계는 조선, 바이오, 기계 부문에서 호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자동차 철강, 이차전지, 석유화학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으로 평가됐으며 자동차‧이차전지‧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먼저 자동차업종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중국 자동차 산업 팽창이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수출 역시 올해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한-필리핀 FTA 발효에 따른 5% 관세 철폐, 하이브리드카의 수출 증가세 등 호재요인에도 불구, 대미흑자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추가관세 도입 가능성과 코로나19 이후 대기수요 소진으로 인한 주요국의 재고량 증가, 보호무역 정책에 따른 현지화 비중 증가 등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철강산업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부과 및 수입쿼터 축소 가능성 우려, 자동차·건설 등 수요산업 부진, 중국 공급과잉과 수출공세 등이 부정적 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관세 부과 대신 수입쿼터제(물량할당제)를 도입했다. 당시 직전 3년(2015~2017년)의 연평균 대미 철강수출량의 70%를 수출물량으로 정했는데 이 비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도 중국 과잉생산 저가 제품의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판매가 가장 큰 하방리크스로 꼽혔다.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8.2%에서 2024년 상반기 38%로 확대됐다. 다만 최근 주요국들의 ESS 수요 급증에 따른 수주확대, 대중 고율 관세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긍정적 요인으로 전망된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미 IRA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 폐지 우려, 전기차 의무화 정책 후퇴 등 위기요인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의 탈중국 디커플링 기조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인한 유럽 완성차 업체의 EV용 배터리 수요 확대 등 기회요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적 공급 과잉으로 단기간 시황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2019년부터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율은 수요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휴전협상 타결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국의 석유생산 및 수출 확대 등으로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에틸렌 생산비용이 감소해 생산원가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패션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관세 부과가 국내 및 동남아 등지에서 중국산 덤핑 물량 증가를 부추길 수 있어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아라미드 등 국내 증산 및 해외 판매 증가와 한류 확산에 따른 K-패션 수요 증가에도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건설업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올해 10월까지 누계기준 전년동기대비 0.1% 감소한 약보합 수준”이라며 ‘흐림’ 전망을 내놨다. 공공수주는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9.9% 증가했지만, 더 큰 수주시장인 민간부문에서 3.6% 감소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2025년 건설수주 전망은 공공수주 부문에서 SOC 예산 감소와 건전재정 기조로 올해 대비 1.7% 하락하겠지만 민간수주는 정비사업 및 3기 신도시 추진 등으로 4.1% 증가, 전체 건설수주 실적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건설협회는 전년도 기저효과가 크고,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PF부실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큰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산업은 데이터센터, 서버 등 AI산업 인프라 지속투자, AI기기(device) 시장출시로 인해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견고한 상승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139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5년도 1350억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내년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주요국들의 반도체 지원책에 힘입어 올해 대비 7.9% 증가한 1872억달러로 전망된다”며 “한국 또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도 스마트폰 AI 기능 적용 본격화에 따른 교체수요, 프리미엄 OLED IT·TV 출하량 증가로 인해 ‘대체로 맑음’으로 평가됐다. 특히,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17 전 모델에는 LTPO(저전력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되는데, 이전 모델에서 공급 경험이 있는 국내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4% 가량 증가한 194억8000만달러로 예상된다”며 “다만 트럼프발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국내 패널기업 고객사(애플 등)의 중국 내 점유율 감소 우려는 큰 하방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조선업은 발주 증가가 기대된다. 트럼프의 화석연료 부흥책에 따라 에너지 운반선(탱커,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건조·수리·선박수출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 기대감이 호재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른 내년 선박류 수출액은 올해 대비 9.1% 증가한 267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 저감 대응 약화로 인한 친환경선박 교체 수요 감소 가능성,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국제교역 감소 우려 등은 하방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산업은 바이오시밀러 분야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기조, EU·미국의 교체 처방 장려 등이 기대감의 배경이다. 이밖에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소재 제약기업과의 지속적인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 체결, 남아프리카에서 발발 중인 콜레라 등의 백신 수요 급증으로 수출 증가세도 예상된다.
기계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에 따른 미국 내 중국산 대체효과,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 등으로 수출의 소폭 증가가 기대된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다만, 국내 설비투자 부진과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2025년 국내 생산은 올해대비 1.9% 줄 것이다”고 예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한층 격화될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저가공세에 더해 국내 정치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업종 전반의 성장세 하락을 부추기지 않을까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실리적 외교 노력은 물론,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시급한 경제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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