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전광인. 사진제공|KOVO
“(전)광인이 형이 코트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
현대캐피탈은 11일 삼성화재와 홈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2, 3세트를 내주면서 벼랑에 몰렸다가 전광인(33) 덕분에 5세트 승부가 가능했다. 전광인은 짧은 시간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심판석으로 향하는 공을 집요하게 걷어내고, 사이드블로킹으로 미들블로커(센터) 정태준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날 득점인 6점(서브 1개·공격 성공률 71.43%)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게 많다. 그럼에도 ‘성공률이 높다’는 말에 그는 “몇 개 때리지 않아서 그렇다”며 몸을 낮췄다.
전광인은 올 시즌 출전 비중이 줄었다. 공교롭게 주득점원 허수봉과 레오가 같은 포지션이어서 세트 시작과 함께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필립 블랑 감독은 “허수봉과 레오 역시 같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이지 않은가. 그런데 둘이 그 포지션에서 잘하다 보니 그게 (전광인의 출전 비중이 줄어든) 이유가 되는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할은 분명하다. 블랑 감독은 전술에 따라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신펑과 전광인을 교대하고 있다. 수비력이 요구되는 때는 공격 비중이 높은 신펑을 대신해 전광인을 투입하는 식이다. 블랑 감독은 “전광인과 신펑에게는 두 가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며 “지금은 (전광인에게) 자리가 없는 듯하지만, 전광인 역시 경험이 많고 좋은 선수다. 어느 상황에서든 투입할 수 있게 준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광인은 “내 역할은 아웃사이드 히터진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큰 틀에서 리시브 부담을 줄이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술적 필요성 역시 중요하지만, 전광인은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좋은 리더다. 그에게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있다. 그는 ‘출전 비중이 줄었다’는 말에 “사실 내가 투입되지 않는 게 팀에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선수이기에 코트에 들어가 뛰고 싶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태준은 “(전)광인이 형이 코트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형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물론 팀을 이끄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고 치켜세웠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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