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류 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서 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과 부동산 정책 등 비상등이 켜졌다.
부동산 정책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가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이 크다. 정치권이 계엄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당분간 법안 심사는 중단되고, 정책 추진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될 시세반영률은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0%, 표준주택 53.6%, 표준지 65.5%)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만을 반영해 산정된다.
단독·공동주택과 토지에 대한 적정 가격을 평가·공시하는 공시가격은 지난해부터 현실화 계획 수립 전인 2020년 수준의 시세반영률이 고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수립됐다. 당시 공시가격과 시장가격 격차를 좁히고자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시세 9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 위한 계획이 담겼다.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 토지는 2028년까지 점진적으로 시세반영률을 90%로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세반영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계획에 따라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세 변동뿐 아니라 연도별 시세반영률 인상분이 더해지면서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특히 조세·복지 등 67개 제도에서 활용되는 공시가격이 급격히 뛸 경우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도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9월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는 한편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변동률을 반영하는 식으로 산정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계엄사태 이후 개정안 논의는 더욱 어려워졌단 평가다. 당초에도 여소야대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등이 거론되며 협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최대 3년 앞당기기 위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었다.
이 법안은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 내부의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공공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합이 요청할 경우 지자체가 선임하는 '공공관리인'이 정비사업 총괄관리, 설계자·시공자 선정, 사업시행계획 작성 등 인허가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또 3년 한시로 재건축·재개발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최대 1.3배까지 높여주고, 중소형 가구(국민주택 규모) 의무 건설 비율은 낮춰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촉진을 위한 사항을 '특례법'에 담을지, 기존 법(도시정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재정비촉진법)을 개정해 반영할지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어 다음 소위원회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정부가 학교용지부담금 폐지와 함께 약속됐던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12월 말까지 최초로 인가받은 사업장에 대한 개발부담금을 수도권은 50% 감면해주고, 지방은 100% 면제하는 내용이다.
국토부가 '철근 누락' 사태 이후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은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역점 사업인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도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를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 법안 역시 밀려 있는 상태다.
국토부는 법 통과가 없어도 추진할 수 있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계엄 사태로 인해 주택 공급 일정이 늦어지거나, 추진을 미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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