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5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5조7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잔고가 15조원수준으로 내려온 건 작년 1월 17일 기록한 15조9889억원 이후 근 2년여 만이다. 지난해 말(17조5584억원) 대비로는 1조8117억원이 줄었다.
신용잔고는 올해 6월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가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로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19조원 수준에서 17조원으로 빠졌고,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낸 바 있다.
신용융자는 개인이 주식매수를 위해 증권회사로부터 현금을 빌려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신용잔고의 경우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얘기한다. 증시 상승기에는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나 잔고가 늘지만 증시 하락기에는 줄어든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지난 11일 기준 9015억원으로 비상 계엄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기 전날인 지난 4일 기준(9703억원) 대비 688억원이 줄었다. 신용잔고율도 0.27%에서 0.25%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3633억원에서 2951억원으로 681억원이 줄었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85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49억원, 현대차는 66억원이 감소했다.
반대로 KB금융은 104억원에서 323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하나금융지주도 145억원에서 17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금융주 주가가 급락한 만큼 반등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배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금융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를 받았으나 탄핵으로 인한 정책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이어졌다. 실제 4일 이후 11일까지 외국인들은 KB금융 주식 435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융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국내 금융지주가 대외 신인도를 대변한다는 관점에서 밸류업의 차질 없는 이행을 약속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밸류업 펀드 추가 집행, 외화 유동성 공급도 예정돼 있어 환율 안정과 더불어 주가는 회복 가능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경우 국내 증시의 변동성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강한 반등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은 정치적 불안심리에 따라 등락을 이어가며 저점을 다지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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