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탄핵 찬성' 당론으로 돌아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해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1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성이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헌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심리가 90일 걸렸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길어도 60일을 넘지 않을 것이다. 빠르면 4주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심판소추의 사유가 많았다. 사실관계를 살펴봐야 할 것도 많아서 증인으로 다수가 채택됐다"면서 "반면 이번 건은 전 국민이 다 목격자가 돼버렸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관련자들의 진술이 많기 때문에 굳이 그들의 증언을 별도로 재판장에서 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 스스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경고성 계엄'을 했다고 인정한 것이니 헌법상 쟁점이 단순하고 명확하다"며 "만약 이번 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바로 헌재 심리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공석이라는 점에서 '탄핵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야당에서 세 분의 재판관 후보자 추천 절차를 거치고 있고 실제 12월 안으로는 마무리한다고 했으니 늦어도 1월 초에는 재판관이 임명돼 9인 체제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심리가)처음엔 6인 체제로 시작하더라도 도중에 3명이 합류하면 결론을 낼 때는 9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6인 체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구속 가능성과 관련해선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바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대통령 지시나 명령을 받아서 계엄군을 이동시키고 포고령을 내린 김용현 국방부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조사를 받으면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구속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을 이어받는다. 다만 한 총리 또한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더불어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해 내란죄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으며, 탄핵 여부도 고심 중이다.
노 변호사는 한 총리에 대한 내란죄 적용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봤다. 그는 "사실관계가 더 밝혀져야 하겠지만, 한 총리는 계엄 선포를 만류했다는 것 아닌가. 만일 찬성이면 '부화수행'으로 볼 수 있겠지만 만류한 것이라면, 국무총리로서 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란죄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사전 국무회의가 접견실에서 이뤄졌다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접견실에서 모여서 대충 한 것을 두고 헌법에 규정된 국무회의라고 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계엄 선포 후 국민의힘 의원들을 당사로 모이게 해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내란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선 "(추 전 원내대표가)당사로 모이라고 한 목적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란이라는 건 '국헌문란'이라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추 전 원내대표가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는데, '국회에서 해제 결의를 할 수 없도록 의원들을 가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수행할 목적으로 당사로 모이게 한 것이라면 (내란의)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의 30분에 걸친 대국민 담화 내용과 관련해선 "극우 유튜버 수준의 의식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금 대통령은 심각한 정신적인 정상적 판단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을 빨리 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 담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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