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분쟁 장기화에 사모펀드 수익성 '빨간불'

IBM 로고

글로벌 특허분쟁의 장기화가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의 투자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소송 비용 증가와 기업 가치 하락으로 투자 수익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투자금 회수 시점마저 불투명해지면서 PE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테크기업들의 특허분쟁에 따른 법적 비용과 사업중단 위험이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게도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IBM은 지난 9월 모바일 게임 제작사 징가(Zynga)를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델라웨어 연방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징가가 IBM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혐의로 4490만 달러(약 600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배심원단은 징가의 대표 게임 시리즈 '팜빌(Farmville)'을 포함한 게임들이 IBM의 웹 기반 통신 기술과 관련된 두 가지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징가는 유명 벤처투자기업인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와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특허분쟁은 법적 비용을 늘리는 것을 넘어 법원이 특허침해 금지명령을 내릴 경우 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이 소송 초기 단계에서 최소한의 합의금으로 분쟁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VC, PE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허소송에서 금지명령이 내려질 경우 기업의 핵심 사업이 중단될 수 있기에 신속한 분쟁 해결이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액의 합의금은 투자자들의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BM과 그루폰의 특허 분쟁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그루폰은 사업 중단을 피하기 위해 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57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그루폰 로고

우버와 웨이모 간의 자율주행차 기술 특허 분쟁도 비슷한 맥락이다. 소프트뱅크와 벤치마크가 투자한 우버는 자율주행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웨이모에 2억 4500만 달러(약 3509억 원) 규모의 지분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특허 분쟁의 장기화가 투자 기업들의 기업가치와 투자 회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최근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국내 PE 및 VC들도 이러한 특허분쟁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해지는 특허분쟁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현실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며 "해외 투자 시 특허 포트폴리오 실사와 분쟁 대응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투자업계는 특허분쟁의 조기 해결이 투자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허분쟁으로 인한 사업 중단은 기업가치와 투자 수익 모두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 요소"라며 "분쟁 초기부터 적극적인 중재와 협상을 통해 조기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