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3 비상계엄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비밀회동을 가진 것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계엄 해제 후 안가 회동에서 민정 수석 등 법조인 출신 인사들이 모여 향후 법적 대응을 논의한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당시 비상계엄 해제 후 국회 법령집을 검토하고, 새벽 3시경 후방 부대의 서울 진입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2차 계엄까지 염두에 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尹, 계엄 전 경찰청장·서울청장 안가 불러.. 계엄 모의 정황
경찰 등에 따르면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은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지난 3일 오후 7시쯤 대통령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 자리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배석했다고 한다.
앞서 조 청장은 '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했고, 계엄 선포 전 오후 6시30분부터 10시쯤까지 공관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는데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약 5분 동안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이를 정리한 문건을 조 청장에게 전달했다.
해당 문건은 계엄령 선포 후 국회와 선관위, MBC, 유튜버 김어준 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꽃 등 10여 곳을 장악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조 청장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포고령 발동 이후 오후 11시37분쯤부터 6차례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충암파 군 지휘관을 통해 군을 움직이고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를 막으려는 국헌 문란을 지시한 것이다.
11일 새벽 특수단이 경찰 최고 책임자인 조 청장과 서울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이나 날이 밝자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이러한 정황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이 보고한 포고령 초고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라고 지시하며 포고령 작성에 직접 관여한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미 이번 대통령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로 법원이 영장에 적시된 윤 대통령의 내란죄 등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계엄 다음날 안가에 민정수석 김주현 및 이상민·박성재·이완규 모여
野 "계엄 관련 대책 회의 의심".. 박성재 "뭘 아는게 있어야.. 아니다"
안가 비밀회동은 계엄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참석자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으로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당시 현장 참석자가 누구냐'는 질의를 받고 "민정수석까지 넷이 참석했다"고 답했다.
앞서 이 처장과 박 장관, 이 장관 세 사람이 안가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졌는데 대통령실에 소속된 김 수석까지 총 4명의 참석자가 확인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들로 김 수석과 박 장관, 이 처장은 검찰에 몸 담았던 인물이다. 이 전 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특히 박 장관과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야권에서는 이들이 계엄 관련 긴급 대책회의와 추후 진행될 사안을 놓고 법률 논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현희 의원은 "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며 법률 전문가들"라면서 "계엄 선포와 적어도 (계엄과) 관련된 법률 검토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도 "윤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이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끝났겠나"라면서 "(계엄) 실패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용민 의원 역시 "이 정부의 법률전문가들이 다 모여서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증거인멸을 하기 위해 다 모여 있던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은 윤 대통령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별다른 의미 없는 회동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장관은 "그 자리에 모여서도 뭘 아는 게 있어야"라며 "법률 검토를 위해 모인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처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한숨만 쉴 뿐이고 다들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언급은 자제하는 편이었다"며 "다들 답답하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안가 비밀회동은 지난 6일 국회 법사위에서도 쟁점이 됐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2차 계엄을 논의하려 했던 것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안가 회동에서 2차계엄을 상의했나"라고 물었고, 이에 박 장관은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야권의 거듭된 추궁에 박 장관은 "사실 그날 (국무위원들이) 다 사의를 표명한 날이었다"며 "평소 잘 보는 사이지만 해가 가기 전에 보자고 했다"고 답하자 회의장 안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4일 새벽 1시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계엄상황실을 찾아 계엄군 수뇌부를 질책하고 30여 분간 별도 회의를 가진 정황도 확인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회의장에 국회 법령집을 갖고 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철진 군사보좌관은 11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당시에 잠시 장관님 따라 들어갔을 때 대통령님께서 국회 법령집을 달라고 찾으셨고, 법령집을 받아서 다시 안에 넣어드렸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따져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거부할 방법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2차 비상계엄'을 비롯한 군사적 대응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덕수 총리는 4일 새벽 2시 반 윤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때부터 2시간이 지난 4시 27분에야 계엄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 사이 특전사 7공수여단과 13공수여단에 추가 투입 준비 지시가 내려가고 새벽 3시에 계룡대에 있던 육군 장성들에게 서울로 올라올라는 지시가 내려간 정황이 확인 된 것이다.
이날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에게 "새벽 3시에 버스로 부장들을, 육군본부에 있는 부장들을 올라오라고 지시했잖아요"라고 묻자 박 총장은 "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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