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12.12 대국민담화에 대해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비판하며 "당론으로서 탄핵에 찬성하자"고 당 의원총회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 제명·출당조치를 위해 당 윤리위 소집도 지시했다고 밝혔다. 친윤계 의원들은 이에 고성으로 항의, 아수라장이 빚어졌다.
한 대표는 12일 오전 10시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한 인사말에서 "제가 오전에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위해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렸다"며 "그 이유는 윤 대통령이 당초 당과 국민에게 얘기했던 것과 달리, 조기 퇴진 등 거취와 관한 사항을 일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요 며칠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더 나아가 방금 대통령이 녹화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대국민 담화를 했다. 저는 내용은 물론 이런 담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 자체를 사전에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내란 자백'이라고 담화 내용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 내놓은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으로서 발령한 이번 비상조치는 헌정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속보] 윤석열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내란 자백'이라는 한 대표의 발언에 의원총회장은 고성으로 가득찼다. 한 대표는 과거 법무장관 시절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을 상대하듯, 자신에 대해 항의하는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철규 의원님 말씀하세요? 뭐라고요?", "강명구 의원 말씀하세요", "임종득 의원님 지금 당 대표에게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말씀하지 말고 경어를 써달라"고 되받아쳤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을 제명 또는 출당시키기 위한 긴급 윤리위 소집을 지시했다"고 했다.
그는 "분명히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이제는 정해야 될 때"라며 의원들의 항의에도 "오전 상황을 국민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도 용납하지 못할 만한 대통령의 담화가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 데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한 대표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친윤계 의원들은 '내려가시라', '그만하라' 등 고성 항의를 했고, 이철규 의원은 한 대표 발언 도중 그의 양해를 얻어 마이크를 잡고 "주관적인 입장을 이야기하시면 안 된다", "수사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행위 또한 일부 실정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내란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발언까지 했다.
한동훈, 尹 담화 직전 "탄핵이 유일한 방법"
한 대표는 앞서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처음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 대표는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비롯한 국정운영에서 즉각 배제돼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며 "이제 유효한 방식은 단 하나뿐이다. 다음 (탄핵소추안) 표결 때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출석해서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우리 당 의원들이 투표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입장문 자체는 '탄핵 찬성'이란 직접적 표현을 피하는 등 다소 모호했지만, 이후 기자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대표는 "탄핵을 피하는, 탄핵이 아닌 다른 더 좋은 방안을 찾아보려는 고민과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다른 방안은 유효하지 않다"며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민주주의와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못박아 말했다.
'즉각적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는 말은 탄핵에 찬성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즉답했다.
한 대표는 입장 발표에 앞서 "집권여당 대표로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우리 당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지 못했고, 비상계엄 후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답답함을 드렸다. 죄송하다"고 먼저 유감 표명을 했다.
이어 "대통령이 우리 당의 요구와 본인의 일임에 따라서 논의 중인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건 임기 등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 시기보다 더 조기에 퇴진하는 것이 탄핵보다 더 예측가능성 있고 신속한 방안이라고 봤지만 그런 방안은 대통령이 당에 자신의 거취를 전적으로 일임하고 국민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의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근거와 관련 "대한민국 사법부에 의해 발부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주도적 공범'으로 적시됐고, 그저께 국회에 나온 군 장성들은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라는 등 여러 가지 불법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이 시간이 갈수록 더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 방안 폐기를 공식화하며 "우리 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이번 사태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할 책임이 있고, 계엄 종료 후에 엄정하게 책임을 물으면서도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에 대해서 국민들과 각계 원로들, 많은 정치인들의 고견을 들었다"며 "과거 경험상 탄핵은 여러 혼란과 반목으로 인한 피해가 크고 오래가며, 그 혼란과 피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크시기 때문에 탄핵보다 더 신속하고 예측가능성 있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등 더 나은 길을 찾으려 백방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장 발표 이전 대통령과 상의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통령은 협상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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