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애스터, 클로이 자오, 그리고 아핏차퐁 위라세타쿤까지. 집에서 OTT로 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새 시대 젊은 거장의 영화 세 편.
<메모리아>,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아무리 이상한 장면을 상상해도 더 신비로운 영화와 만나게 될 것이다.” 영화 <메모리아>를 본 정성일 평론가의 한 줄 평이다. 데뷔 10년 만에 <엉클 분미>로 제63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이다. 롱테이크와 정적인 구도로 영화 전반에 느린 호흡을 유지하고, 전통적인 내러티브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와 허구, 현실과 초현실이 뒤섞인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은 영화 <메모리아>에는 알 수 없는 ‘쿵’ 소리의 근원을 찾는 여정이 담겨 있는데,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일종의 명상과도 같은 영화적 체험을 하게 된다. 첫 관람은 가능한 극장에서 하는 것이 좋겠지만, 왓챠와 웨이브, 티빙에서도 볼 수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애스터
기괴한 장면을 보며 깜짝 놀라는 것보다 외면해온 진실이나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직면하는 일이 때론 가장 공포스럽기도 하다. <유전>과 <미드소마>, 단 두 편의 영화로 호러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아리 애스터 감독은 인간의 심연을 치밀하게 관찰한 뒤 영화 안에 담아낸다. 가족이나 공동체 등 인간관계에서 포착되는 모순이나 양면성을 그리며 일종의 불편한 감각이나 정서적 충격을 전하기도 한다. 아리 애스터가 <미드소마>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편집증을 앓고 있는 아들 ‘보’가 그를 집착적으로 사랑하는 엄마 ‘모나’를 만나러 가는 모습을 그린다. 현실, 기억, 환상이 이리저리 뒤섞인 초현실적인 공포를 경험할 수 있는 영화로 현재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영화 <노매드랜드>로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한 여러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스타감독으로 자리매김한 클로이 자오. 그는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해 보다 진솔한 감정을 끌어내 영화에 높은 사실성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노매드랜드>는 집 없이 떠도는 ‘노매드’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변동적이며 불안한 일상과 달리 그들이 발붙이고 있는 땅은 굳건하고 광활하기만 하다. 어떠한 극적인 서사 구조 없이 그저 누군가의 삶을 가만히 관찰하며 담아내는 일이 가장 본질에 가까운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영화. <노매드랜드>는 지금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