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정부 기록물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자 정부가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2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기록물 관리 실태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실태점검은 오는 19일까지 6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지난 6일에 공문으로 시행한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기록물의 관리 철저 협조 요청’에 따른 후속 조치다.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총 28명으로 점검반을 구성했다. ‘공공기록물법’ 제19조 및 ‘대통령기록물법’ 제22조에 근거해 국방부, 대통령 비서실 등 관련 기관에서 비상계엄 전후에 생산된 기록물의 등록 및 관리 상태를 점검할 방침이다.
국가기록원은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서울시경찰청, 육·해·공군본부, 합동참모본부, 정보사령부, 방첩사령부, 국군제3707부대 등 12개 기관의 기록물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3개 기관의 기록물관리 실태를 살펴본다. 만일 현장 실태점검으로 미흡사항이 발견된다면 즉시 시정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기관의 대응이 늑장 조치라는 지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8일이나 흐른 것은 물론 방첩사령부에서 문서 파기 의혹이 나왔음에도 국가기록원은 지난 6일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기록물의 관리 철저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일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국회 현안질의를 통해 “방첩사령부에서 친위 쿠데타 관련 문서를 파기 중이며 거부한 중령급 요원들에 대해서는 보직 대기 발령을 내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 한국기록협회 등 7개 단체가 소속된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을 위반했다”며 “단순한 행정절차 위반이 아닌 반헌법적 증거인멸 시도라는 점에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상계엄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 과정과 행위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져야 하며 이는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도 같은 날 국방부와 각 정부 부처에 비상계엄 선포 건의문, 계엄사령부가 국정원·법원·검경·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보낸 문서를 포함해 비상계엄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기록원은 수사권이 없어 대상 기관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어 상급기관인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가 포함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기록원은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으로, 기관들이 점검을 거부할 시 현행법상 강제할 수단은 없는 상태다.
한편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국가 기록물을 임의 폐기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벌금을, 은닉·유출·멸실·고의 손상 관련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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