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로 계엄령을 막아내 다행"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2월 3일 밤 부산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미얀마 국적 스뜌(29) 씨는 그날 밤을 잊을 수 없다.
연구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뒤 한국의 계엄선포 뉴스를 본 그는 영상 속 상황이 미얀마의 4년 전 모습과 겹치면서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한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 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군부가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군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의사당을 장악하고 아웅 산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치인을 구금했다.
스뜌 씨는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국에 있는 부모님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고 공포와 두려움 속 미얀마 친구들과 모여 생각을 공유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민주주의가 굉장히 발전한 나라라서 미얀마와 조금 다르게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이자 황금빛살 미얀마공동체 이주활동가인 A(50)씨는 "뉴스에서 밝혀지는 사실을 보면 한국의 12월 3일 밤은 미얀마의 2021년 2월과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달랐던 점은 한국은 시민들이 국회를 지켜냈고 계엄군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인데 민주주의로 계엄령을 막아내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 공동체인 황금빛살 미얀마에 따르면 재한 미얀마인들은 평소 5·18의 역사가 있는 광주를 견학하는 등 한국의 민주주의를 배워 한국처럼 되고 싶었는데 이번 한국 계엄과 탄핵 사태로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는 미얀마 민주주의 교훈이자 아시아 민주주의 상징으로 평소 미얀마인들은 한국 민주주의를 존경해왔다"며 "그런데 현 한국 상황으로 민주주의는 달성하면 끝나는 게 아닌 계속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4년간 군정의 억압 속에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많은 한국인의 응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한 미얀마인들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을 응원하는 성명서에 연대 서명을 하고 있다.
13일 발표되는 성명서에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4년간 이어진 미얀마 군정의 행태를 고발하고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한국 국민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4년간 군정이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는 평화적 시위로 시작된 저항이 무장 투쟁으로 이어져 내전으로 격화한 상태다.
국제사회 무관심 속 현재까지 2만7천797명이 군부에 불법 체포됐고 6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handbrother@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