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 주택에 불 내 세입자 2명 사상…항소심서도 금고형 유지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이 모여 사는 다가구주택에 불을 내 세입자를 숨지게 한 60대가 항소심에서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중과실치사 및 중실화 등 혐의로 기소된 A(69)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금고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2일 밝혔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에 가두지만, 징역과 달리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A씨는 지난 3월 27일 오후 11시께 전주시 한 다가구주택에 불을 내 1층에 살던 B(69)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화재는 A씨가 무심코 던진 담뱃불에서 비롯됐다.
평소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는 이날도 흡연 이후 담배꽁초를 침대 옆 재떨이에 던지고는 잠이 들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담뱃불은 재떨이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와 만나 금세 큰불로 번졌다.
불은 어느덧 A씨의 옷이 걸린 벽과 천장, 복도까지 옮겨붙었고 건물 전체로 확산해 다른 방에서 잠자던 세입자들까지 덮쳤다.
세입자 대부분은 매캐한 연기를 맡고 밖으로 대피했으나 하필 맨 끝방에 있던 B씨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이 불로 B씨 외에 다른 세입자도 다쳤으며, 주택 전체가 타 9천6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 주택은 방 하나당 몸을 간신히 누일 수 있는 6.6㎡(2평)로 주로 일용직에 종사하는 세입자들이 모여 사는 비좁은 '쪽방촌'이었다.
숨진 B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매일 폐지를 주우며 근근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나머지 세입자들이 빠져나올 때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던 B씨는 혼자 힘으로 좁은 방을 벗어날 수 없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화재의 고의는 없었다면서도 "세입자가 숨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금고형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더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면서,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면서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중과실로 여러 사람이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2명이 숨지거나 다친 게 명백하다"며 "범행의 경위, 피해 정도 등에 비춰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검사와 피고인이 양형부당 요소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1심에서 이미 충분히 참작했으므로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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